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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행이다/미서부

라스베이거스의 밤

by 훈 작가 2023. 4. 27.

아내가 그냥 호텔객실로 들어가지 말고 라스베이거스 밤거리를 구경하자고 한다. 아내의 의견에 동의했다. 하지만, 카메라는 가지고 나와야 했다. 어쩔 수 없이 호텔 방으로 들어가 카메라를 챙기고 다시 나왔다. 라스베이거스에 오면 제일 먼저 보고 싶었던 것이 있다. 인터넷 검색 시 라스베이거스에 가면 벨라지오(BELLAGIO) 호텔 분수 쇼는 무조건 봐야 한다는 상당수 네티즌의 라스베이거스 여행 후기를 보았기 때문이다. 여행을 오기 전 구글 지도를 검색해 보니 EXCALIBUR HOTEL에서 벨라지오(BELLAGIO) 호텔까지는 20분 정도는 걸어야 하는 거리였다. 실제 걸어서는 얼마나 걸리는지 오늘 밤 라스베이거스의 밤거리를 걸어봐야 안다.


호텔 밖으로 나왔다. 그곳이 정문인 줄 알았다. 정문이 아니듯 싶었다. 처음에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호텔 건물을 오른쪽에 두고 걸어서 횡단보도까지 왔다. 호텔 앞 횡단보도를 건너 왼쪽으로 가니 메인 스트리트로 가는 도로와 사거리가 보이면서 라스베이거스의 밤거리가 춤을 추고 있었다. 큰 육교를 건넜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자유의 여신상이다. 뉴욕에 있어야 할 자유의 여신상이 사거리 모퉁이에 자리 잡고 서 있다. 물론 짝퉁일 것이다. 뒤를 돌아보니 우리 숙소인 EXCALIBUR HOTEL이 화려하게 빛을 받은 모습으로 해리포터 궁전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조형물을 사이에 두고 양쪽 건물이 서 있었다. 아마도 이곳부터 직선거리가 라스베이거스의 중심도로인 것 같았다. 

화려한 네온사인이 형형색색으로 밤거리의 공간에 저마다 개성적인 빛깔과 디자인으로 뽐내고 있었다. 순간 르 레브 쇼(LE REVE SHOW)에서 연출되었던 환상적인 빛의 쇼가 거리로 뛰쳐나온 줄 알았다. 어찌 이럴 수가 있을까? 마치 죽었던 도시가 깨어나 축제를 벌이는 것 같다. 말 그대로 밤의 도시다. 낮에는 죽었다가 밤이 되면 살아나는 도시다. 화려하고 현란한 네온사인은 단연 라스베이거스의 주인공이다. 허∼쉬(Hershey) 초콜릿매장이 처음 우리를 반긴다. 조금 걸으니 거리 카페에 많은 사람이 커피, 맥주를 즐기며 하루의 종말을 보내는 환희에 찬 백인들이 보였다. 그 앞쪽으로 길거리 한쪽에 설치된 무대 위에서 무명 가수처럼 보이는 백인 남자가 음향기기의 기계음에 맞추어 알아듣지 못할 영어로 목청을 높여 노래를 부르고 있다. 

아내가 갑자기 여기 ”Shake & Shack” 매장이 있다며 가리킨다. 아내를 따라 매장으로 잠시 발걸음을 옮겼다. 매장 안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고객들 모습이 보였다. 이미 매장 안은 많은 손님으로 북적인다. 아내가 날 보며 내일 저녁 자유 시간에 저녁을 여기서 먹자고 내게 말했다. 그 매장을 나와서 거리를 따라 계속 걸었다. PARK MGM 호텔과 ARIA 호텔이 나란히 화려한 몸매를 드러내며 라스베이거스의 밤무대를 화려하게 만든다. 길 건너편으로 커다란 코카콜라 병 모양이 건물 높이와 같은 높이로 서 있다. 아마 그 건물 전체가 “코카콜라(Coca Cola)” 매장인 모양이다. 그다음 옆 건물에 OUTBACK STEAK HOUSE 매장도 있다. 그 옆쪽으로는 세계적인 초콜릿 브랜드인 “M&M”매장도 보였다. 거기도 내일 가보자고 한다. 벌써 내일 스케줄이 줄줄이 잡힌다. 거리도 거리지만 낮에는 한산했던 거리가 어디서 나왔는지 인파로 넘쳐난다. 최근에 강남에 생겼다는 Hard Rock Cafe 매장도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다. 눈이 즐겁고 눈이 행복하다. 눈요기만으로도 즐겁다. 

거리를 지나가는데 눈길을 끄는 옷차림의 아가씨 2명이 지나간다. 비키니 차림이다. “아니! 뭐야, 이 아가씨들이?!” 이 두 여자의 정체가 무얼까. 무언가를 홍보하러 나온 모양인데 한국에선 볼 수 없는 진풍경이다. 구경도 구경이지만 아내와 난 손을 꼭 잡고 데이트를 즐기듯이 라스베이거스 밤거리의 매력에 푹 빠져 행복스러운 미국 여행의 밤을 보내고 있다. 낯선 이국의 땅 라스베이거스의 밤거리가 주는 선물이다. 얼마나 걸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벨라지오(BELLAGIO) 호텔이 이 거리의 왼쪽에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분수 쇼는 30분 간격으로 있다고 하니 조금 서둘러야 했다. 건너편에 짝퉁 에펠 탑도 보인다.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주인공은 아직도 나타나지 않는다. 이상하다 싶었다. 

그런데 등잔 밑이 어두웠다. 벨라지오(BELLAGIO) 호텔이 바로 앞인데 많은 사람 때문에 보이지 않았다. 분수 쇼를 보려고 모여든 사람들 때문에 가려져 호텔을 보지 못한 것이다. 사진을 찍으려면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빈틈이 없다. 조금 더 위쪽으로 걸어 올라갔다. 어쩔 수 없다. 명당자리는 아니지만, 아내와 나 정도는 분수 쇼를 구경할 만한 자리가 보였다. 그곳에 자리를 잡았다. 20분 정도를 걸어서 벨라지오(BELLAGIO) 호텔 앞까지 왔다. 시계를 보니 20:55분을 가리킨다. 분수 쇼는 공짜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먹는다는 옛말이 있듯이 벨라지오(BELLAGIO) 호텔 앞 호수는 많은 관광객으로 빙 둘러싸여 있다. 공짜라면 너나 할 것 없이 구미가 당긴다. 쇼의 수준이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지만. 호수 뒤편으로 궁전 같은 벨라지오(BELLAGIO) 호텔 건물이 매력적인 자태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분수 쇼가 유명하다고 하니 일단은 안 볼 수가 없다. 정확하게 21:00 시가 되자 분수 쇼가 시작되었다. 조명을 받은 분수가 잠에서 깨어 일어났다. 요정이 춤을 추듯 음악의 선율에 따라 춤을 춘다. 리듬과 함께 분수 쇼가 어우러져 연출하는 순간이다. 분수 쇼는 3분 정도 이어졌다. 분수 쇼가 시작하는 것 같더니 끝나버렸다. 원래 소문난 잔치는 먹을 것은 없는 법이다. 소문난 잔치에 소문만 무성하다. 소문 속에는 거품이 항상 있는 법이다. 거품을 빼고 나면 허전하다.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공짜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다시 호텔로 돌아간다. 오는 길 보다 가는 길은 더 가깝게 느껴질 것 같다. 이것저것 구경하면서 오느라 멀게 느껴졌을 텐데 이제는 재방송이니 웬만하면 지나간다. 그렇게 지나가다 들린 곳이 24시간 CVS 매장이다. 그것도 그냥 편의점이 아니고 CVS Pharmacy다. 아마 편의점과 약국이 결합한 형태의 매장 같다. 매장에 들러 제일 먼저 찾기 시작한 품목은 종합비타민 “센트륨”이다. 숨은 그림 찾기 시작하듯 매장을 아내와 난 샅샅이 훑어나가기 시작했다. 약품 진열 코너만 돌아다니는데 모두 영문 표기라 찾는 것도 만만치가 않았다. 영문 표기가 익숙하지 않아 헷갈리는 것이다. 숨은 그림 찾기는 옛날부터 좀 할 줄 안다. 결국 내가 찾았다. 아내에게 찾았다고 알리고 “센트륨” 4개를 쇼핑 바구니에 담았다. 아내가 고양에서 온 팀에게 매일 소화제(식사 때 식당에서 주인 모르게 몰래 마시는 참이슬)를 얻어먹고 브라이스 캐니언 투어 때 숄(Shawl)도 빌려주어 투어를 춥지 않게 할 수 있어 고마웠다며 안주라도 사서 건네주자고 한다. 그래서 추가한 것이 소고기 육포였다. 거기에 라스베이거스 기념품으로 기타 모양과 부츠 모양의 열쇠고리를 하나씩 추가했다. 총 102달러 27센트를 현금으로 계산하고 나왔다.    

EXCALIBUR HOTEL이 보였다. 처음에 건넜던 육교가 호텔로 바로 연결되었다. 로비로 들어서니 카지노로 연결된다. 특유의 기계음이 요란하게 카지노 홀 내부를 진동시킨다. 카지노 홀 중심으로 해서 간단한 먹을거리나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스낵매장이 있다. 그곳을 지나 엘리베이터 타는 곳까지 왔다. 호텔 방안에 들어오니 22:00 시가 지났다. 상상 속에 머무르던 미국 여행을 현실 속에서 즐기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의 밤이 깊어 간다. 오늘은 말로만 듣던 라스베이거스의 첫날밤을 맞는다. 내일은 불의 계곡 일정이 기다린다. 어떤 풍경일지 기대가 된다. 

● 네바다주

인구 2,890,845명(2015년 기준)으로 면적은 남한 면적의 약 3배 정도인 286,367㎢이다. 주도는 카슨시티이다. 네바다주는 그레이트베이슨(Great Basin : 건조한 분지) 지역으로 워새치 산맥과 시에라네바다 산맥 사이에 놓여 있다. 1950년대에 인구가 증가했으나 여전히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에 속한다. 주민의 90%는 백인이고 흑인은 극히 적다. 20,000년 이상 전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해 '불의 계곡'의 바위들에 그림문자를 남겼다. 1848년 멕시코의 양도로 미국 영토가 되었다. 1859년 버지니아시티에서 매장량이 엄청난 은광인 컴스톡 광맥이 발견되자, 1861년 네바다 준주가 형성되었다. 1864년 네바다는 미국의 36번째 주가 되었다. 후버 댐의 건설 후 경제성장의 지속적인 토대가 마련되었으며 1950년대에는 원자력의 본격적인 실험장이자 중요한 군수품 저장지대가 되었다. 서쪽은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경계로 캘리포니아 주와 나뉘고, 북쪽은 오리건 주와 아이다호 주, 동쪽은 유타주, 남서쪽은 애리조나주와 경계를 이룬다. 네바다주는 남북길이 약 720㎞, 동서길이는 약 515㎞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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