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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라떼별곡

꽃은 유혹의 상징이 아닙니다.

by 훈 작가 2023. 5. 20.

양귀비꽃입니다. 물론 아편의 원료가 되는 그 양귀비꽃은 아닙니다. 불법이니 재배할 수도 없습니다. 아편전쟁이 생각납니다. 역사상 가장 부도덕한 전쟁이라고도 합니다. 영국이 무역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아편을 만들어 청나라에 밀매(密賣)하면서 시작된 전쟁이거든요. 당시 200만 명이 넘는 중국인이 중독되었다고 하니 얼마나 심각했겠습니까. 

요즘 심심치 않게 마약과 관련된 뉴스를 듣습니다. 인기 연예인과 관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굳이 실명을 거론하고 싶지 않습니다. 심지어 청소년을 대상으로 대치동 학원가에까지 번지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마약 청정국이라던 우리나라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모르겠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은 피할 수 없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스트레스를 안고 삽니다. 저마다 이를 적절하게 다스리고 지낼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이겨내지 못하면 불안과 초조가 만들어낸 우울감이 괴롭힙니다. 마음을 지배하는 신경계를 약하게 만드는 거죠. 이럴 때 강렬한 자극을 동반하는 유혹에 노출되면 누구나 흔들릴 수 있습니다. 

유혹이 들어있는 상자의 겉모습은 항상 아름답습니다. 겉 포장지를 뜯고 상자를 열면 기분 좋게 해 주는 향기가 납니다. 순간 이성보다 감정에 익숙한 인간의 뇌를 마비되기 쉽습니다.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유혹을 마주하는 순간 참을 수 없는 본능이 작동합니다. 한입 먹어 봅니다. 너무너무 달콤합니다. 쾌락의 본질입니다. 

유혹은 곧 쾌락으로 이어집니다. 쾌락은 일시적인 현실도피입니다. 찰나에 지나지 않는 행복감을 느끼게 하죠. 인간의 본능 속에 숨어 있는 욕망이나 감성을 만족시켜 주다 보니 이성은 쉽게 무너지고 맙니다. 결국 인간 본래의 모습을 지키지 못하게 되죠. 몸과 마음이 폐인이 되는 겁니다. 중독성 때문에. 이 모두 인간이 지닌 욕망에서 비롯되는 일입니다. 
 
유혹의 탈을 쓴 꽃은 없습니다. 생존 본능을 위한 모습일 뿐입니다. 벌도 꽃의 유혹에 끌려 찾아온 게 아닙니다. 해야 할 일에 충실할 따름입니다. 꽃은 유혹하지 않습니다. 유혹과 아무런 관계없는데, 유혹의 상징처럼 묘사하는 건 속세의 인간뿐입니다. 우리가 유혹이란 의미로 꽃을 비유하면 꽃이 싫어할 겁니다. 꽃을 사랑한다면 그 아름다움을 지켜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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