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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비 분수는 로마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입니다. 18세기에 만들어진 이곳은 영화 <로마의 휴일>로 더 유명해진 곳이기도 합니다. 며칠 전 이곳이 수난을 당했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이탈리아 한 환경단체가 최근 이탈리아 북부를 덮친 최악의 홍수 피해를 계기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시위를 벌이면서 먹물을 뿌렸다고 합니다.
이 사건을 두고 아무리 기후 위기에 대한 경고라고 해도 너무 과격했다는 비난과 오히려 ‘물 낭비다.' 라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로마시장은 분수를 비우고 다시 채우는 데 30만 리터의 물을 낭비하게 됐다며 시위를 벌인 환경단체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고 합니다.
사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제기된 것은 어제오늘이 아닙니다. 실제 그 심각성을 실감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지구가 엄살 부리는 게 아니라 열병을 앓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아니 중병으로 시름시름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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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빨리 찾아온 느낌입니다. 작년에도 그랬고 올해도 그럴 조짐이 보였습니다. 봄꽃이 예년보다 20일 정도 일찍 피었으니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때 분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시원합니다. 허공을 가르며 분사되는 물 입자의 소리는 귀까지 청량감을 더해 마음을 씻어 주는 듯합니다.
분수도 모른 채 설치는 사람을 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딱하다 못해 안타깝죠. 지구촌에 사는 인간의 모습이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분수를 지키며 사는 것이 행복을 위한 만고불변의 진리일 겁니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의 위기는 인류가 분수(分數)를 지키지 못해 자초한 결과가 아닌가 싶어 안타깝습니다.
인류가 지켜야 할 것은 분수(噴水)가 아니라 분수(分數)입니다. 그깟 트레비 분수가 문제가 아닙니다. 인간 스스로가 지구촌의 주인처럼 행세하는 것 자체가 분수(分數)를 모르는 행태입니다. 그게 더 큰 문제입니다. 지구 온난화는 날로 지구촌의 삶을 위협할 겁니다. 더 심각한 상황이 초래하기 전에 지구촌이 분수(分數)를 지켜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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