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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아포리즘

벨리댄스

by 훈 작가 2023. 5. 22.

아리따운 여인이 배꼽을 드러낸 채 묘한 율동으로 춤을 춥니다. 그녀가 객석의 시선을 모두 빨아들입니다. 날씬한 허리선은 지극히 관능적인 몸놀림으로 흔들고, 그녀가 골반을 비틀 때마다 부드럽게 흐느적거리는 몸이 S-라인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파란 눈빛은 강렬하다 못해 유혹의 눈빛을 발산합니다. 그 눈빛과 몸동작을 보노라면 어딘지 모르게 유혹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카파도키아에서 본 벨리댄스가 그랬습니다. 공연이 무르익을수록 열기는 뜨거워졌고, 무희의 장미꽃 같은 미소와 선명한 보조개는 객석의 남자들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습니다. 백조처럼 긴 목선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풍만한 가슴이 때론 선정적인 느낌이 듭니다. 그녀가 가슴을 현란하게 흔들 때마다 객석 어디선가 환호성이 들렸습니다. 그럴 때마다 심장이 용광로처럼 달아올랐습니다. 

가냘픈 팔 끝에서 부드럽게 움직이는 손놀림이 객석을 향합니다. 허리선을 따라 유연하게 움직이는 여체의 엉덩이는 야릇하게 시선을 자극합니다. 이슬람 특유의 음악과 리듬에 맞춰 춤추는 무희의 요염한 몸놀림은 성 본능을 강하게 자극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얇은 망사로 가려진 무희의 S-라인이 신비한 여체의 섹시한 매력을 뿜어내며 객석의 여행자들을 휘어잡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가이드 설명에 의하면 벨리댄스는 왕의 선택을 받으려는 여성들의 욕망이자, 하늘의 뜻을 전달하는 여사제들의 신을 향한 몸짓을 춤으로 표현된 것이라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유혹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사진으로 담기에는 끌리지 않는 유혹이었죠. 그러나 오월의 여왕과 만나면 전혀 다릅니다. 아름다움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 있습니다. 오월의 여왕이 춤추는 벨리댄스는 여왕다운 매력과 아름다움이 현란하지 않습니다.

5월에 날아든 봄바람이 은은한 리듬을 만들며 호숫가에 흐릅니다. 마치 브람스의 헝가리안무곡처럼 클래식한 분위기를 느끼게 합니다. 수면 위에 일렁이는 선율이 계절의 여왕으로 등극한 5월의 손을 잡고 무대로 내려옵니다. 연초록빛 드레스가 호수 면으로 펼쳐지며 춤을 춥니다. 주변에 있는 5월의 요정들이 따라 무대로 들어옵니다. 5월은 여왕이 주최하는 축제가  봄을 절정으로 이끌어 가는 계절입니다. 아름다운 5월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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