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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아포리즘

산에 가는 이유

by 훈 작가 2023. 5. 12.

높은 산에 오르면 굽이굽이 산 능선이 겹쳐 보이는 파노라마 같은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확 트이는 느낌이 들기 마련입니다. 어쩌면 이런 맛 때문에 등산을 즐기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오를 때 ‘헉헉’ 가쁜 숨을 내쉬기도 하고, 중간중간 숨을 돌리느라 쉬면서 힘들게 올라왔던 과정을 순식간에 잊게 됩니다.

어차피 올라가면 내려와야 할 산을 왜  가는 걸 까요.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정상에 오르는 게 목적일 겁니다. 하지만 심마니는 정상이 목적이 아니라 산삼을 찾으려 산을 찾을 겁니다. 도를 닦거나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스님도 산 정상이 목적은 아닐 겁니다. 몸이 허약해 요양하러 산을 찾은 사람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이처럼 산을 찾는 이유는 다릅니다. 그러나 산은 모든 사람을 품에 안습니다. 사람만이 아닙니다. 날짐승이나 들짐승도 모두 산은 내치지 않습니다. 초록의 숲은 모든 생명을 품는 어머니의 품과 같은 보금자리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품이 넓은  산의 모습은 아래에선 볼 수 없습니다. 특히, 장엄한 산세나 중첩된 멋진 산능선 풍경은 어림없습니다.  

높은 곳을 지향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릅니다. 속세에서 말하는 출세이겠죠. 그러나 사진만은 그와 무관합니다. 빛이 선물한 미학에 대한 열정 때문에 산을 찾습니다. 때론 미친 짓 같지만 열정으로 포장하는 게 저에겐 위로가 됩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도대체 사진이 뭐길래(?). 그런 사진을 오늘도 찍으러 다닙니다.

 

그것도 이른 새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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