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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아포리즘

황무지

by 훈 작가 2023. 4. 19.

황량하기 짝이 없는 풍경 사진입니다. 마치 황무지를 연상케 하는 땅끝에 덩그러니 집 한 채만 보입니다. 파란 하늘과 맞닿은 불모지 같은 들녘에는 풀 한 포기 없는 불모지 같은 분위기가 삭막해 보입니다. 홀연 T.S. 엘리엇의 시, 황무지가 떠오릅니다. 그가 쓴 황무지가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꽃다운 나이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뉴스가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벌써 세 사람이나 됩니다. 그들이 무슨 잘못을 했습니까. 그들이 무슨 죄를 저질렀습니까. 우리는 어떤 비극이 일어날 때마다 늘 반성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울먹이며 다짐하지요. 그런데 같은 일이 또 일어납니다.

세상을 등진 그들에겐 황무지에서 일궈낸 거나 다름없는 보금자리였을 것입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한번 잘살아보겠다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내 집 마련의 꿈을 키웠으리라 여겨집니다. 요즘 세간의 뉴스로 떠오른 전세 사기 사건피해자들 이야기입니다.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그들에게 용기를 주지 못할 망정 이렇게 까지 해야 하는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모습입니다. 오죽했으면 삶을 포기했을까. 전파를 타고 전해지는 그들의 사연을 듣고 있노라면 절로 눈물이 납니다. 그들이 사기당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당했을 좌절감을 생각하면 화가 나다 못해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밉니다.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저지른 전세 사기 범죄는 용서받지 못할 파렴치한 범죄입니다. 인간의 탈을 쓰고 어찌 이처럼 탐욕스러울 수 있을까. 어쩌다 세상이 이렇게 되었을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만 잘살면 그만이다.라는 생각이 사회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공정과 상식이 무너져 가는 세상인 거죠.

갈수록 도덕과 윤리는 어디론가 사라져 가는 것 같아 세상이 무섭습니다. 양심을 내팽개친 사람이 큰소리치고 잘 사는 세상이 되어가는 것 같아 우울하고 씁쓸하기도 하고요. 선이 악을 응징하지 못하는 세상은 지옥이나 다름없죠. 누군가 자꾸 정의를 무너뜨립니다. 그들이 문제라 생각합니다. 

 

그들에게는 부끄러움이 없습니다. 뻔뻔하다 못해 파렴치한 인간입니다. 무엇보다 진영논리로 악마화에만 몰두하는 일부 정치꾼부터 수출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T.S. 엘리엇의 시처럼 「황무지」처럼 라일락을 키워 내는 4월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늘이 직무유기를 하는 것 같아 화가 나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황무지가 되어가는 세상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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