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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아포리즘

Spring

by 훈 작가 2023. 3. 21.

영어로 'Spring'은 봄이란 의미뿐만 아니라 ‘용수철’이란 뜻도 있고 ‘샘물’이란 뜻도 있지요. 동사로 쓰이면 ‘도약하다, 솟아 나온다.’ 뜻도 있고요. 가만히 생각하면 다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겨우 내내 얼어붙었던 들과 산이 봄이 오면 다 녹으면, 땅속 깊이 움츠리고 있던 새로운 생명들이 움트고 나오기 시작하잖아요. 그뿐 아니죠. 깊은 산속 옹달샘도 다시 흐리기 시작하겠죠.

 
한 마디로 많은 생명체가 깊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거지요. 앙상한 나뭇가지에도 물이 올라 파란 새잎이 나오고, 봄의 전령사인 산수유 꽃망울도 터뜨리지요. 경칩이 되면 개구리도 겨울잠에서 깨어나거든요. 겨울이란 엄청난 힘으로 눌러도 때가 지나가면 용수철(Spring)처럼 다시 솟아오르잖아요. 복원력이 생기는 거죠. 봄이 영어로 Spring인 이유가 나름,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대목입니다.

우리는 Spring을 봄이라고 합니다. 언 듯 ‘보다.’라는 동사의 명사형으로 보입니다. 제 생각이지만 봄이 오면 모든 게 다시 새롭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안 그런가요. 추운 겨울은 활동을 멈추거나 최소화하는 생명체가 많습니다. 풍성했던 나뭇잎이 지며 제 모습을 잃거나 감추고 생명 유지를 위해 힘쓰지요. 심지어 겨울잠을 자는 동물도 있잖아요. 우리 눈에 보였던 풍경들이 자취를 감춥니다. 겨울이 덮는 거죠.

 

그러다 봄이 오면서 달라지기 시작하죠. 다시 새롭게 보이기 시작하는 겁니다. 새로운 싹이 땅에서 움트는 게 보이고, 겨울에 가려져 있던 들과 산도 서서히 활기를 되찾게 되면서 풍경이 달라지잖아요. 새롭게 달라지는 것을 우리는 보는 거죠. 그래서 새봄이라는 말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유야 어쨌든 봄은 ‘보다(見)’라는 동사와 관계가 있음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게 생각되지 않습니까.

코로나도 시들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봄이 왔으니 봄을 보러 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겠죠. 오늘 하루라도 새롭게 달리진 봄 풍경이 무엇인지 한 번 봄을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봄이 왜 ‘Spring’이지? 생각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영어를 쓰는 사람들이나 한글을 쓰는 우리나라 사람이나 언어에는 각각 그에 맞는 이유가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봄이면 봄이지, 왜 Spring이란 단어에는 용수철도 있고 샘물도 있고 거기에 동사로까지 쓰이는지…. 영어가 그래서 어려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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