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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아포리즘

야경

by 훈 작가 2023. 3. 16.

 

 

별이 아름다운 이유를 아세요? 사실 저도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듭니다. 노을 지고 캄캄해져야 별이 반짝이기 시작합니다. 빛이 죽는 시간 태어나는 거죠. 빛이 없는 공간은 죽음의 시간인데 역설적으로 별은 삶의 공간으로 나와 우리의 밤을 로맨틱하게 해 줍니다. 별이 아름다운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빛이 사라져 버린 도심. 도심은 새로운 빛으로 눈을 뜹니다. 바로 야경이죠. 도심의 화려한 변신은 별빛 서정을 망가트리지요. 예전엔 밤하늘을 보면 수많은 별이 온 세상에 함박눈처럼 쏟아지듯 반짝였거든요. 지금은 보기 힘들죠. 왜 그런지 아세요. 빛 공해 때문입니다. 우리가 별빛을 죽여버린 셈이죠. 물론 생명력이 강한 녀석들은 아직도 살아 있긴 합니다.  

야경도 아름답긴 합니다. 빌딩 숲의 조명과 불야성을 이룬 네온사인은 야경의 주인공이죠. 야경은 별빛과 달리 화려한 유혹으로 사람들을 환락의 밤으로 초대합니다. 야한 밤에 초대된 우리, 거긴엔 삶의 지친 영혼들이 비틀거리며 유혹을 즐깁니다. 때론 그걸로 위로받기도 하고요. 그러나 별빛 사랑과 로맨스가 없어진 거죠. 

별들은 소리 없이 빛을 잃었습니다. 그들은 유목민처럼 점차 아득한 초원이나 깊은 산골에 유배되어 살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즐겨 듣던 '별이 빛나는 밤.'이라는 음악프로그램은 빈 껍질이 되었습니다. 음악은 있지만 별은 없거든요. 별빛을 만나는 낭만은 눈감고 추억으로 만날 수밖에 없는 시대에 우린 살고 있습니다.

화려한 야경보다 별빛이 그리운 밤입니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그림처럼 우리가 사랑하는 밤하늘의 별빛이 더 이상 사라지지 않는 밤이 왔으면 싶은데 쉽게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제 별과 함께 낭만을 만나려면 빛이 죽은 공간으로 여행을 떠나야 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안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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