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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아포리즘

별아 별아, 미안해.

by 훈 작가 2023. 6. 13.

별에게

어릴 적엔 우린 날마다 만났었지. 아마 내가 먼저 널 좋아했던 것 같아. 망설이다 용기를 내 말했던 게 기억나. "친구가 되어 줄래?" 하니까 네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지. 이후 우리는 친구로 지냈어. 그리고 밤마다 네 손을 잡고 하늘로 여행을 떠났었지. 넌 그렇게 언제나 변함없는 친구였어.

마음이 변한 건 나였어. 솔직히 지금도 난 이유를 모르겠어. 아마 어른이 되면서 널 찾지 않았을 거야. 이상한 건 만나고 싶은 생각도, 보고 싶은 마음도 나지 않았어. 대신 온갖 욕망이 네가 있던 자리를 차지했지. 그래도 넌 날 잊지 않고 찾아왔고, 잠 못 드는 나를 위로해 주었지. 생각할수록 미안해.

요즘은 가끔 네가 생각나. 네가 보고 싶은 거지. 그런데 용기가 나지 않아. 그냥 창문을 열고 몰래 네가 있나 없나 보곤 해. 그때 잘했어야 하는데. 맞아, 어느 순간 후회가 내 마음을 노크하며 들어온 거야. 녀석이 뭐라는지 아니?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거야. 그 말을 듣고 나서 고민했어. 그래, 지금이라도 말하자.

별아! 미안해.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어. 어른이 되어가면서 너처럼 살지 못했어. 생각해 보니 변하지 말아야 할 게 있어. 너한테 그걸 배웠어야 해. 넌 네게 빛이 되어 주었는데, 난 그렇지 못했지. 빛이 되어 주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나만 생각하며 살아온 거야. 지금 널 만나러 가려해. 나도 너처럼 살겠다고 말하려고. 미워하지 않을 거지. 기다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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