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hoto 에세이/감성 한 잔

예쁘기만 하면 뭘 하니

by 훈 작가 2024. 5. 30.

 

한참을 찾아 돌아다녔습니다. 그런데 눈에 띄지 않네요. 아파트 울타리 주변에 흐드러지게 핀 장미꽃이 절정에 이르렀는데 나비나 벌이 보이지 않습니다. 분명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나섰는데…. 장미꽃에 나비나 벌이 날아드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거든요. 결국 생각했던 사진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흔히, 장미는 꽃의 여왕이라고 합니다. 많은 사랑을 받기 때문이겠죠. 여태껏 장미꽃을 싫어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장미가 꽃의 여왕이라 불리는 게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꽃으로 장미꽃이 손색이 없음에 반론을 제기하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싶습니다.

꽃의 아름다움은 권력일지도 모릅니다. 누구든 꽃 앞에서는 마음이 무너집니다.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가고 가까이 다가가게 됩니다. 특히, 장미꽃은 더 그런 것 같습니다. 꽃의 아름다움에 취하면 감성의 노예처럼 빠지고 말죠. 꽃의 여왕이란 칭호를 붙였으니 두말하면 잔소리 일 겁니다. 더구나 가시까지 있으니 누가 여왕의 권력에 도전하겠습니까. 

꽃에 따라붙는 단어가 있습니다. 향이나 꿀입니다. 그럴 리가 없겠지만 문득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장미꽃이 예쁘기만 하고 향이나 꿀이 없어서 나비나 벌이 찾아오지 않는 이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칩니다. 같은 꽃이라도 4~5월에 피는 아카시아나 유채꽃은 그렇지 않거든요. 어쨌거나 나비와 벌이 안 보이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꽃에 향기나 꿀이 없으면 나비나 벌이 찾지 않는 것처럼, 사람도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꽃에 향기가 있는 것처럼 사람도 향기가 있어야 매력적이고 멋진 사람일 겁니다. 이 말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듯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생각해 봅니다. 과연 나는 어떤 향기를 갖고 있을까. 매력이 있긴 한 걸까. 스스로 한 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향기나 매력이 가 있을 겁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사람만의 향기는 자신의 걸어온 인생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도 꽃의 향기처럼 자신에게서 풍기는 매력이 있어야 합니다. 장미처럼 외적인 매력은 얼마든지 가꿀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러나 내면의 향기는 하루 아침에 생기지 않을 겁니다. 
 
한 시간 동안 장미꽃 주변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나 끝내 나비나 벌을 찾지 못했습니다. 왜 나비나 벌이 안 보이는 이유가 분명 있을 겁니다. 그게 장미가 지닌 향기가 약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꽃에 코를 가까이 대고 향기를 맡아 보았습니다. 향기가 있긴 있는것 같데 그리 강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장미야! 예쁘기만 하면 뭘 하니,  나비와 벌이 찾지 않는데."

'Photo 에세이 > 감성 한 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뽀샤시한 사진  (83) 2024.06.19
눈물 없이 피는 꽃은 없다.  (84) 2024.06.06
초록의 꿈  (120) 2024.05.14
고독을 만나는 시간  (154) 2024.05.08
나도 꽃이 되어 주고 싶다  (134) 2024.04.2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