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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감성 한 잔

초록의 꿈

by 훈 작가 2024. 5. 14.

(1)

봄이 만든 작은 화단이 있습니다. 어느 날 봄비와 함께 초록빛 요정이 내려왔습니다. 녀석은 숲에서 날아와 땅속에 스며들었습니다. 바람 불어 좋은 날, 요정은 빛나는 태양의 사랑을 받아 눈을 떴습니다. 초록의 계절인데, 넌 왜 아직도 늦잠을 자고 있느냐며 봄이 내게 속삭이듯 작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이젠 꿈을 펼칠 때야.”
 

(2)

 
이른 아침, 작은 꼬마 아이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엄마, 여기 새싹이 나와.”
“꿈을 펼치는 계절이라 초록이 움트는 거란다.”
“어떻게 꿈을 펼쳐?”
“푸른 날개를 만들어 하늘로 오르는 거지.”

(3)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가 들렸습니다.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아빠는 달력에 빨간색인 날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오늘만은 부담스러워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들과 지내지 않으면 엄마한테 눈치가 보이는 모양입니다. 하는 수 없이 같이 피자도 먹고, 선물도 사주고, 놀이동산도 갑니다.
 

(4)

 
어른들은 이상합니다. 어린이날을 만들어 놓고 이날만은 사랑하는 척합니다. 일 년 열두 달 365일 중 딱 하루뿐입니다. 카멜레온처럼 내일이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겁니다. 내가 뭘 좋아하고, 꿈이 뭔지 관심도 없습니다. 이럴 거면 왜 어린이날을 만들었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신문이나 방송도 똑같습니다. 어린이는 나라의 기둥이며, 미래라고 하면서, 세상은 날마다 어른들 날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날마다 우리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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