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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봄비라도 유난히 다를 때가 있습니다. 한여름 장맛비처럼 요란하게 내릴 때입니다. 그럴 때 날씨가 도대체 왜 이렇지? 하고 하늘을 쳐다보게 됩니다. 빗방울이 “따다닥” 소리를 내며 우산을 때립니다. 그 소리가 교향악단 작은북을 두드리는 소리같습니다. 봄을 재촉했던 비와는 전혀 다른 봄비입니다.
양귀비꽃이 한창인 카페 주차장 앞 청보리가 비바람에 힘겨워하더니 누워 버렸습니다. 청보리도 깜짝 놀라 기절한 모양입니다. 안간힘을 쓰며 버티다가 안쓰럽게 쓰러진겁니다. 사는 게 만만치 않다는 건 사람이나 청보리나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보리밭 한쪽에 핀 양귀비꽃도 덩달아 바람을 안고 넘어져 있습니다.
비에 젖은 청보리와 꽃들을 보니 마음이 안 좋습니다. 따뜻한 햇살만 즐기다가 갑자기 불어닥친 비바람에 끝내 눈물을 보인 듯 표정이 말이 아닙니다. 밝았던 얼굴이 사라지고 꽃다운 아름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 애쓰는 표정이 안타갑게 보입니다. 그래도 꽃으로서 자존심을 지키고 싶은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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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시련이 있기 마련입니다. 꽃의 삶이라도 항상 아름다울 수만은 없습니다. 고통의 시간은 언제나 괴롭습니다. 어여쁜 꽃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을 겁니다. 자연은 혹독한 시련을 견뎌낸 꽃에게만 아름다운 향기를 선물 주는 것 같습니다. 비바람을 견뎌내지 못한 꽃은 제대로 피우지 못하고 사라지는 게 자연의 이치입니다.
서양에서는 시집가는 딸에게 엄마가 진주를 주는 풍습이 있다고 합니다. 그 진주를 '얼어붙은 눈물'(Frozen Tears)이라 한다고 합니다. 결혼한 딸이 속상할 때 조개가 자기 몸속으로 들어온 모래 때문에 받는 고통을 이겨내고 아름다운 보석이 되듯이 잘 견디어 내라는 의미로 챙겨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모래 알갱이가 다 진주가 되는 것은 아니랍니다. 까칠까칠한 모래알이 조개 몸속에 박히게 되면 조개는 본능적으로 둘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만 된다고 합니다. 첫 번째 선택은 모래알을 무시해 버리는 건데, 그렇게 하면 조개가 모래알 때문에 병들어 살이 썩기 시작해 모래알 때문에 죽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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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선택은 모래 알갱이가 몸속을 파고드는 고통을 이겨내는 겁니다. 이때 조개는 ‘나카(nacre)’라는 액을 분비해 모래 입자로 인한 상처를 감싸 모든 이물질을 녹여버리고 상처를 치료합니다. 이렇게 아주 오랜 세월 반복해서 만들어진 게 진주입니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요? 누구든 죽음을 선택하고 싶지 않을 겁니다.
비바람은 시련입니다. 고통스러워하는 꽃들, 눈물을 보입니다. 이 밤이 지나면 비는 그칠 겁니다. 꽃들은 밤새 보이지 않는 눈물을 흘릴 겁니다. 꽃이 선택해야 하는 길도 두 가지일 겁니다. 조개처럼 비바람에 쓰러져 꽃이란 이름을 버리고 사라질 것인지, 아니면 비바람을 견디고 향기 나는 꽃으로 활짝 필 것인지.
눈물 없이 피는 꽃은 없습니다. 인생도 같습니다. 살다 보면 이런저런 모래 알갱이가 내 안에 들어올 수도 있고, 때론 폭풍우가 몰아칠 때도 있습니다. 이겨내야합니다. 눈물을 진주로 바꾸는 과정은 고통입니다. 꽃이 향기가 그윽한 것은 그걸 견뎌냈기 때문입니다. 세상엔 눈물없이 피는 꽃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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