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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감성 한 잔

뽀샤시한 사진

by 훈 작가 2024. 6. 19.

화장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에 갇혀 있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맨얼굴에 덧칠한다고 원판이 바뀌면 얼마나 바뀌겠나 싶었던 겁니다. 그렇다고 평범한 얼굴이 하루아침에 클레오파트라나 양귀비가 될 리 없는데…. ‘안쓰럽다’라는 생각까지 했었습니다. 이런 딱 막힌 생각 때문에 성인이 되고 직장 생활하면서 30대 중반까지 목욕이나 세면을 한 후에 스킨이나 로션 한 번도 얼굴에 바른 적이 없습니다.
 
여자를 만날 땐 화장발에 속지 말고, 소개팅(예전엔 미팅) 장소에선 조명 발에 속지 말자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땐 편견이 지나쳤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여성의 외모를 예쁘게 가꾸려는 기본적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동시에 꼭 예뻐지고 싶어서만 화장하는 것은 아닐 거란 생각도 듭니다. 여자로서 기품 유지를 위해 단정하게 꾸미고 다니거나 여자다움을 잃지 않으려는 행동의 하나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에선 이와 비슷한 개념의 용어가 보정입니다. 일반적으로 DSLR 카메라로 찍은 원본 파일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포토샵 같은 프로그램으로 작업을 하는 걸 말합니다. 그런데, 일부 사진작가들은 이런 보정 사진을 포스팅하면 ‘사진은 사실성이 중요한데 포토샵으로 원래의 이미지를 바꾸는 것은 기만적인 행위이다.’라며 비판합니다. 사진(寫眞)은 베낄 사(寫) 참 진(眞), 즉 있는 그대로 옮겨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사진이 예술의 한 장르로 작품을 만드는 작가의 의도대로 보정하는 것이 뭐가 잘못된 것인가, 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어떤 게 옳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평생학습원에서 수강할 때 DSLR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보정을 전제로 찍는다고 들었습니다. 위의 비판적 견해는 필름 카메라 시절에 사진을 배운 작가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라는 게 당시 강사의 설명이었습니다.

‘수다 한 장, 사진 한 장’ 블로그에 올리는 사진은 대부분 보정작업을 한 겁니다. 보정은 촬영자의 취향에 맞게 원본 파일을 선명하게 보이게 한다든가 노출, 명도, 채도, 대비를 적당하게 조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원본 이미지의 취약한 부분을 보완하는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화장에 비유하면 세면 후 스킨이나 로션 정도를 바르는 수준의 기초화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꽃밭에서 찍은 사진이라 더 아름다운 사진을 올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보정작업을 마친 후 <뽀샤시> 기능으로 한 단계 작업을 추가해 봤습니다. 기초화장을 한 후 더 색감이 부드럽게 표현해 보고 싶은 마음에 화장해 본 겁니다. 좋게 보면 새로운 시도인데 달리 보면 원본 사진을 너무 왜곡해 올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호불호를 떠나서 색감이 더 부드럽게 보여 색다른 느낌이 들어 일단 올려 보기로 했습니다.

여성들의 화장은 결점을 감추거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장점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합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처럼 예뻐 보이고 싶은 여자의 마음은 인지상정입니다. 마찬가지로 ‘수다 한 잔, 사진 한 장’을 찾아 주시는 사람들에게 늘 좋은 사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손님에 대한 예의일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평소에 안 하던 <뽀샤시> 작업까지 마친 사진을 올려 보았습니다.
 
어쨌든 여자나 사진은 아름다워야 쳐다보게 됩니다. 꽃 사진이다 보니 어떻게 하면 더 그림 같은 사진을 올릴 수 있을까 하다가 보정 사진에 뽀샤시하게 한 번 해보았습니다. 평소 안 하던 사진을 올리려니까 말이 주제넘게 여성들의 화장까지 끌어들였습니다. 언젠가 여성들의 화장이 자기만족이란 말을 들어 본 적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처음 시도해 보지만, 뽀샤시한 사진도 자기만족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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