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hoto 에세이/감성 한 잔

탐욕의 블랙홀

by 훈 작가 2024. 6. 21.

덥습니다. 더워도 너무 덥습니다. 6월인데 한낮에는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립니다. 덥다고 온종일 집안에만 있을 수 없어서 아침 일찍 카메라를 둘러메고 나왔습니다. 날씨가 뜨겁기 전에 얼른 사진 좀 찍고 집에 들어갈 심산이었습니다. 출사지가 집에서 1시간 40분 정도를 달려야 하는 단양입니다. 서둘러 왔는데 도착하니 오전 9시 40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오전부터 햇살이 장난이 아닙니다. 그래도 마음은 즐겁습니다.
 
한 시간 정도 지났을 겁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찌 보면 미친 짓이 아닐까? 아무리 사진이 좋다지만, 뙤약볕 아래에서 내가 지금 뭐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날 괴롭히는 사람도 없는데 짜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늘막에 가서 쉬면 그만인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좋게 말하면 사진에 대한 열정이지만, 달리 보면 부질없는 탐욕의 블랙홀 같은 내 마음이 문제인 것 같았습니다.
 
더 멋진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을 쉽게 내려놓지 못한 것 자체가 욕심인 게 분명했습니다. 그렇다고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팔에 토시라도 했으면 덜 뜨거웠을 텐데 피부가 오븐에서 막 꺼낸 호빵처럼 따끈따끈했습니다.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 꽃밭에서 나가 잠시 그늘에서 쉬기로 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6월 날씨가 이 정도면 7~8월 날씨는 어떨까? 정말 걱정스럽습니다.
 
신이 인간을 탐욕의 화신으로 만들었습니다. 글에서 단정적인 표현을 쓰는 건 금물인데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동물은 배불리 먹으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인간은 그렇지 않습니다. 다음에 먹으려고 쌓아둡니다. 이는 단순히 먹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삶에 필요한 물질은 무엇이든 더 많이 챙기고 쌓아두려 합니다. 인간의 욕심(욕망)은 채워도 채워도 채워질 수 없는 블랙홀입니다.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받았음.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영혼의 비밀방에는 탐심, 진심, 치심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인간의 마음을 다스리는 치심(治心)에 의하여 물질적인 탐심과 정신적인 진심이 움직입니다. 그중 탐심이 자연과 지구의 환경을 파괴합니다. 탐심으로 인하여 지구가 몸살을 앓고, 그 결과 지구온난화로 폭염과 한파가 반복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러다 후손들에게 물려줄 지구가 과연 온전할지 장담할 수 없을 겁니다.
 
지구는 19세 기말 0.85도 올라 점점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2016년 기록적인 폭염은 지표면 온도는 20세기 평균보다 0.94도 올랐다고 합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뻔합니다. 인간입니다. 온실가스는 지구를 둘러싸 지표면의 열기를 가두고 있습니다. 기후학자들은 CO₂를 1톤 배출할 때마다 3㎥의 북극 얼음이 녹는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으로 인해 북극의 빙하가 사라지고 있는 겁니다.
 
날로 기후변화가 혹독해지고 있습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극심한 더위와 가뭄, 폭우와 폭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독일과 남미의 브라질과 칠레에서는 홍수로 난리를 치르고 있고, 아프리카와 인도에서는 가뭄으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2003년 유럽의 폭염은 7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합니다. 갈수록 봄과 가을은 짧아지고 여름과 겨울은 길어지고 있습니다. 이 모두가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은 게 오늘의 현실입니다.
 
내가 이런 걱정을 한다고 크게 달라질 건 없습니다. 애꿎은 더운 날씨 때문에 잠시 쉬면서 꽃밭을 바라봅니다. 꽃들도 얼마나 더울까, 아마 녀석들도 나처럼 걱정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세상의 꽃들도 인간에 의해 발생할 탐욕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지 모르겠습니다. 꽃들은 아무런 죄가 없는데 녀석들이 이 행성에서 인간에 의해 저질러진 탐욕의 블랙홀로 사라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Photo 에세이 > 감성 한 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뜨거운 사랑은 위험해  (92) 2024.06.25
카멜레온 같은 꽃  (87) 2024.06.24
뽀샤시한 사진  (83) 2024.06.19
눈물 없이 피는 꽃은 없다.  (84) 2024.06.06
예쁘기만 하면 뭘 하니  (19) 2024.05.3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