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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아포리즘

봄이 보낸 옐로카드

by 훈 작가 2024. 5. 31.

노란색은 봄을 상징하는 색입니다. 완연한 봄날, 돌담 울타리에 피는 개나리꽃이 노랗고 시골 앞마당에 돌아다니는 병아리도 노란색입니다. 춘삼월 유치원에 들어가는 꼬마들도 노란색 원복을 많이 입는가 하면, 귀여운 꼬마들을 태우고 다니는 어린이 집 버스도 노란색입니다. 뿐 만 아닙니다. 시도 때도 없이 우리가 일상에서 즐겨 쓰는 카카오 톡도 노란색입니다. 이처럼 노란색은 밝고 쾌활한 느낌을 준다. 이렇듯 봄은 노란색과 함께 오고 추운 겨울 꽁꽁 얼었던 마음도 따사롭게 해 줍니다. 한 마디로 봄은 모든 생명에게 즐거움을 주는 계절인 거죠. 

반면,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축구경기를 관전하다 보면 가끔 심판이 옐로카드(노란색)를 꺼내듭니다. 상대 선수에게 위협적인 반칙을 하거나 비신사적 행위를 하면 경고를 보내는 신호입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선수에게 굳이 달려가  말로 안 해도 경고의 의미를 잘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노란색을 쓰는 것 같습니다. 교차로 신호등도 바뀌기 전 노란색이 깜박입니다. 마찬가지로 주의를 기울여 조심하라는 의미일 겁니다.

유채꽃밭이 온통 노란 물감을 뿌려 놓은 듯합니다. 꽃밭 속 아가씨, 카메라를 보며 무르익어가는 봄풍경을 담고 있습니다. 빨간색 스웨터에 귀여운 모자까지 쓴 모습이 유채꽃과 멋진 조화를 이룹니다. 유채꽃이 배경이 되어 주고, 주인공이 된 아가씨. 유채꽃밭 사이로 난 S자 꽃길을 독차지하고 길을 비켜주지 않고 있었습니다. 나는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너무 길어져 인내심이 한계치에 도달합니다. 나도 거기서 찍고 싶은데, 이럴 땐 어떡하지?

아니다 싶어,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답답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마치 자신을 주인공으로 찍어달라는 듯 보였습니다. 유채꽃 풍경 속에 푹 빠진 아가씨를 주인공으로 사진을 찍어 봅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란 말이 있지 않습니까. 세상사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려있습니다. 찍고 보니 사진이 마음에 듭니다. 풍경이 아름답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 사람이 있어야 멋집니다. 땡큐! 아가씨. 좋은 봄날 보내시고, 멋진 사진 많이 담고 가세요. 
 
하마터면 기다리는 동안 짜증 낼 뻔했습니다. 하지만 노란색 봄이 내게 그러지 말라고 경고 메시지를 보냈나 봅니다.  괜스레 아가씨한테 얼굴 붉히며 말해봤자 서로 좋을게 하나도 없으니 참으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나는 그 자리에서 기다리다가 몇 장 더 사진을 찍었습니다. 차라리 그게 낫다 싶었습니다. 사진을 찍다보니 짜증스런 마음이 언제 그랬냐는 듯 없어졌습니다. 옐로카드 덕분에 출사는 기분좋게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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