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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행이다/남유럽

반 고흐의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에>

by 훈 작가 2023. 6. 5.

반 고흐의 흔적을 따라 계속 걷습니다. 고흐 카페를 보고 나서 ‘아를’의 미로 같은 골목길을 벗어났습니다. 차디찬 바람이 거세게 불었습니다. ‘아를’의 겨울바람은 생각보다 매서웠습니다. 론강에 부는 바람은 여행객의 몸을 잔뜩 움츠리게 했습니다. 강변 뚝 길에 올라서니 바람이 더 몰아칩니다. 고흐가 자주 찾았다는 바로 그 론강 둑길입니다. 

강변 양쪽은 정비가 잘 되어 있었습니다. 건너편 강변에는 유람선으로 보이는 빈 배가 떠 있습니다. 고용하고 쓸쓸한 느낌이 듭니다. 강변을 따라 10여 분을 걷다가 멈추었습니다. 반 고흐 흔적 찾기의 마지막 장소입니다. 그가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에>이라는 작품 그린 바로 그곳입니다. 

작품 속에 풍경은 밤입니다. 론강의 하늘에 반짝이는 별빛과 강물에 가로등 불빛이 반영되는 물결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습니다. 나는 작품을 상상하면서 론강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그가 ‘아를’에 머문 건 고작 1년인데 불구하고, 이곳에서 그린 작품들이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를’이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작품을 생각해 봅니다. 무슨 생각을 하며 별빛을 그렸을까? 아마 별은 고흐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에게 별은 이상이고 꿈이었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누구나 밤하늘의 별처럼 아름다운 삶을 꿈꾸는 법이니까요. 하지만 반 고흐는 그런 삶을 살지 못했죠. 아마 그런 것들을 예술적 영감에 담아 그리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가 작품에 몰입하고 있는 시간만큼은 자신이 밤하늘의 별이 되었을 겁니다. 반 고흐는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죽기 전 1888년 9월에 그렸다고 하니 지금처럼 춥지 않아 작품을 그리기에는 괜찮았을 겁니다. 게다가 예술가는 작품에 몰입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아를’은 예술적 고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다고 합니다. 그는 압생트라는 독한 술을 즐겨 마셨다고 합니다. 이 술에는 테르펜이라는 물질이 있어 황시증이라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어떤 이는 이런 이유로 노란색이 유독 진하게 보였기 때문에 작품 속의 별을 일렁이는 것처럼 묘사했을 거라 말합니다. 

가이드 설명에 따르면 반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어지럼증’을 호소했다는 내용이 있다고 하는 걸 보면, 전부는 아니겠지만 나름은 설득력 있는 것도 사실일 겁니다. 어쨌거나 ‘아를’ 하면 반 고흐가 떠오르는 건 사실입니다. 미술에 문외한인 저도 여행 일정에 이곳이 없었다면 반 고흐에 관해 관심이 없었을 겁니다.

여행 중 천재 예술가의 삶을 짧게나마 만나보았습니다. 여행이 아니라면 굳이 알려고 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가이드 말대로 반 고흐와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곳이라고 하니 귀 기울여 마음에 담고 ‘아를’를 떠납니다. 여행 전 ‘반 고흐’에 대해 미리 검색해 본 것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상식이지만 세상은 아는 만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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