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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라떼별곡

불같은 사랑

by 훈 작가 2023. 6. 11.

불같은 사랑을 할 수밖에 없는 곤충이 있습니다. 붉은 점모시나비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 나비는 길어야 일주일 남짓 동안 나비로 살다 생을 마감한다고 합니다. 어른 나비로는 고작 나흘 산다고 하니 불같은 사랑이 운명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2018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받아 보호받고 있다고 합니다.

사랑은 불과 같아서 잘 다루어야 한다고 흔히 말합니다. 멀리하면 춥고 외로워서 싫고, 가까이 가면 뜨거워서 화상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신은 사랑 없이 살 수 없게  인간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사랑을 어떻게 하고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사랑에 눈뜨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도록 만든 것 같습니다.

불같은 사랑이 어떤 사랑인지 딱히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듣기 좋은 말로는 정열적인 사랑이라고도 말하지만 추상적일 뿐입니다. 거기에 불도 불 나름입니다. 그 불이 라이터 불인 지, 숯불인 지, 모닥불인 지, 성냥불인 지, 용광로 불인 지, 전깃불인지, 연탄불인지 알 수 없습니다. 분명한 건 불은 언젠가는 꺼진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불같은 사랑을 한다면 뜨거운 사랑보다 따뜻한 사랑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뜨거운 사랑이 지나치다 보면 영혼을 태우고 마음을 아프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칫 사랑을 잘못 다루어 화상(상처)을 입을 수도, 입힐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니 뜨거운 사랑보다 따뜻한 사랑이 낫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사랑은 변한다는 사실입니다. 사랑이 식어가는 거죠. 어쩔 수 없지만 문제는 꺼질 때입니다. 식어가는 것은 다시 불을 지피도록 노력해서 되살리면 됩니다. 하지만 꺼져버리면 상황은 급변합니다. 이때부터 그 원인을 놓고 갈등이 생깁니다. 사랑이 원수가 되어, 때론 배신감이 복수심을, 심할 경우 서로 남이 되어 버립니다.

불같은 사랑이 <사랑과 전쟁> 같은 드라마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불같은 사랑은 뜨거운 사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금 늦더라도 모닥불처럼 따뜻한 사랑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이해심과 배려가 따라야 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진 속의 물오리처럼 혼자 남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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