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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행이다/서유럽

아는 만큼 보이는 “몽마르트르”

by 훈 작가 2023. 6. 17.

여행은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상상에 머문다. 상상은 아련한 꿈이다. 그것을 가슴에 안고 동안 행복은 내 주변을 맴돈다. 현실이 되기까지 긴 기다림이 막는다, 하지만 여행은 상상과 기다림이란 알을 깨트릴 용기가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따르는 현실적인 손익계산서를 따지게 된다. 비용과 행복이란 교환의 가치문제다. 결국 베팅은 행복 쪽에 무게가 실리게 된다.

 
문제는 여행이 지닌 지나친 환상이다. 환상이 현실에서 실망으로 바뀔 때, 마음속에 간직했던 기대치가 한없이 쪼그라든다. 여행이 현실에서 환상을 실망으로 마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여행 전 기대치 높았던 명소의 경우 그런 확률이 높다. 파리의 몽마르트르는 그런 곳 중의 하나다.

파리의 몽마르트르 언덕이 어떠한 이유로 유명해졌는지 모른다. 그러나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 에펠탑이나 루브르 박물관, 아니면 베르사유 궁전은 나름의 연상되는 그림이 있었지만, 몽마르트르는 없었다. 하지만 많은 여행객이 이곳을 찾는다. 그래서 궁금했다. 대체 여행객의 마음을 유혹하는 게 무얼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하얀색 건물의 사크레쾨르 성당이다. 성당 정면 중앙에 그리스도의 동상이 있고 그 아래 양옆으로는 르페브르(Hippolyte Lefèbvre)가 제작한 잔 다르크와 생루이의 동상이 있다. 성당 입구 중간에 있는 청동 문에는 최후의 만찬을 비롯해 그리스도의 생애를 담은 장면들이 조각되어 있다.

가이드 설명에 따르면 성당은 세 개의 돔 형태의 건물로 비잔틴 양식과 로마네스크 건축양식이다. 보불전쟁에서 패배한 프랑스는 사기가 바닥에 떨어진 프랑스 국민의 자부심을 높이기 위해 모금 운동을 펼쳤다고 한다. 그 당시 모금된 성금으로 이 성당을 지었고, 이런 이유로 성당에 대한 프랑스 국민의 애착은 남다르다는 것이다.
 
1876년 착공된 성당은 1910년에 완공됐지만 프랑스가 제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에 승리한 후인 1919년 헌당식을 열었다고 한다. 3세기경 교황 파비아노가 갈리아의 복음화를 목적으로 초대 주교 성 디오니시오 등 7명의 성직자를 파견하였다, 그런데 선교활동 중 안타깝게 체포되어 성직자들과 함께 순교하게 되었고, 이것이 몽마르트르라는 이름의 기원이 되었다고 한다.

성당 옆에 테르트르라는 조그만 광장이 있다. 테르트르는 ‘낮은 언덕’을 의미하는데 예전에는 몽마르트르 광장으로 불렸다. 테르트르 광장이 유명한 이유는 무명 화가들 때문이다. 이들은 이 광장에서 여행객을 상대로 초상화를 그려 주고받는 돈으로 생계를 꾸려가며 화가의 꿈을 키워나간다고 한다.
 
테르트르 광장 주변에는 라팽아질(Lapin Agile)이라는 술집이 있다. 피카소, 마티스, 브라크 등이 즐겨 찾았던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 말고도 광장 주변에는 19세기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카페나 레스토랑이 여러 곳이 있다. 가이드는 생각보다 가격은 매우 비싸니 굳이 이용할 필요가 없단다.

몽마르트르 언덕은 에펠탑을 제외하고 파리에서 가장 높은 곳(해발 129m)이라고 한다. 이곳에 오르면 파리 시내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파리의 가난한 예술가들은 집값이나 임대료가 저렴한 고지대로 모여 생활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이곳이 자연적으로 예술가의 거리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몽마르트르 언덕은 쇼팽, 고흐, 르누아르, 피카소, 베를리오즈, 쇼팽, 루소 등의 당대 최고의 음악가와 화가들이 삶의 터전을 잡고 살며 예술가로서 꿈을 키웠던 곳이라 명소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들이 몽마르트르 언덕에 둥지를 틀었던 이유는 파리에서 가장 임대료가 싼 것 이외는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

몽마르트르 언덕은 그냥 언덕이다. 여행에서 꿈꾸는 환상의 명소가 아니다. 화려하고 아름다움을 간직한 유명 관광지가 아니다. 하지만 막상 와 보면 많은 인파로 북적이는 광경을 보고 놀란다. 여행자는 환상을 깨고 현실에서 찾아야 할 여행지의 매력을 스스로 발견해야 한다. 눈만 즐거운 여행을 꿈꾼 여행자는 실망만 느낀다.
 
혹시 내가 이런 것을 보려고 여길 왔나 하는 생각이 든다면, 몽마르트르 언덕은 말 그대로 목이 마른 몽마르트르가 될지도 모른다. 만약 환상이 깨진 나머지 갈등을 느낀다면 이 언덕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파리 시내 전경을 보며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심호흡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여기서 방심은 금물이다. 소매치기가 많다.

여행은 환상이 현실인 것처럼 즐거울 때가 있다. 그러나 무지개 같은 환상이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아 즐겁지 않을 때도 있다. 눈으로만 즐기려는 서유럽 여행은 허상과 실상의 극명한 차이를 느낄 수도 있다. 가이드가 한 말이 맞다.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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