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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행이다/서유럽

콜로세움을 지은 이유

by 훈 작가 2023. 7. 7.

로마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보면 검투사들이 등장하여 목숨을 걸고 싸움 장면이 나오곤 한다. 관중석은 열광하는 로마 시민들로 꽉 차 있고 경기장 안에서는 검투사들이 대결을 펼친다. 그러다 한쪽이 쓰러지면 죽일 것인지, 살릴 것인지 단상에 있는 황제를 향해 결정을 기다린다. 황제는 관중들의 반응을 한번 살펴보고 결정을 내린다. ‘콜로세움’을 보니 떠오르는 장면이다. 

‘로마’ 하면 떠오르는 것이 콜로세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로마제국의 상징과도 같은 유적이기 때문이다. 콜로세움은 현존하는 건축물 중 새로운 세계 7대 불가사의로 선정되는 유물 중 하나라고 한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는 중국 만리장성, 페루 마추픽추, 이탈리아 콜로세움, 멕시코 치첸이트사, 브라질 거대 예수상, 인도 타지마할, 요르단 고대도시 페트라 등을 꼽는다고 한다. 

콜로세움의 어원은 콜로소(Colosso)라고 한다. ‘거대한’이라는 뜻의 ‘콜로소’라는 말이 오랜 세월이 흘러 지금의 콜로세움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본래 이름은 플라비우스 원형경기장으로 타원형의 4층 건물이다. 길이 187m, 폭 155m, 둘레 527m, 높이 48m로 아치형 문이 80개가 설치되어 있다. 동선을 치밀하게 설계되어 정원 5만 명이 입장하는 데 불과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가이드가 설명한 콜로세움의 건축 이유는 의외였다. 황제나 귀족들이 공연이나 검투사들의 경기를 즐기기 위해서 지은 줄 알았는데 로마 시민의 민심을 잡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폭군 네로황제는 로마 시내 한가운데 자신의 황금 궁전을 짓고 싶어 했다. 그는 많은 세금을 걷어 궁전을 짓자 민심을 잃었다. 후임 황제인 베스파시아누스가 시민의 민심을 되돌리고 황제의 권위를 되찾기 위해 짓기 시작한 일이 콜로세움이라고 한다.


베스파시아누스는 로마제국의 아홉 번째 황제이다. 당시 로마에서는 네로의 폭정에 반란이 일어나고 결국 네로는 자살한다. 네로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말미암아 큰 혼란이 일어나고 이를 수습할 적임자로 베스파시아누스가 원로원의 승낙을 받아 황제에 등극한다. 그는 내전 상태의 로마를 평정하고 국가의 질서를 회복시키면서 무능한 군 출신 세 황제의 뒤를 이어 새로이 로마 황제의 자리에 오른다.

베스파시아누스(재위 69~79년)는 로마제국의 초대 황제인 아우구스투스 이래 1세기 동안 제위를 이어온 황제들과는 출신성분이 다르다. 그는 카이사르와 아우구스투스의 신성한 핏줄을 물려받은 적자(嫡子)가 아니었다. 전통적인 로마의 엘리트 계층인 원로원 출신도 아닌 평범한 기사 집안에서 태어났다. 기사 계급은 귀족과 평민 사이에 해당하며 주로 상업과 금융에 종사했다. 
 
당연히 신분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황제의 자리에 오르자 원로원을 확대 개편했다. 로마의 지배층으로 자신처럼 신분은 낮아도 능력 있는 사람을 더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콜로세움도 짓기 시작한 것도 자신이 황제의 재위 계승을 인정해 준 로마 시민들의 민심을 얻는 조치였다. 전임자인 네로황제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정책 전환의 하나였다. 

여행자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문화가 유럽의 화장실 문화다. 베스파시아누스는 황제가 남긴 문화가 유료 화장실 문화다. 그는 콜로세움 근처에 공중 유료 화장실을 지어 파탄 난 로마 재정의 건전화를 위해 시민들로부터 돈을 받아 국가 재정을 살찌우는 정책을 시행했다고 한다. 이것이 시초가 되어 이탈리아뿐 아니라 유럽 여러 나라들이 유료 화장실 문화가 정착되었다고 전해진다. 

콜로세움은 네로황제가 자신을 위해 황금 궁전을 지으려던 자리다. 하지만 후임자는 로마 시민을 위한 마음으로 원형경기장을 짓기 시작했다. 그 점이 전임 황제인 네로와 다른 점이다. 그것도 2,000년 전 일이다. 로마 시대의 역사가 위대해 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런 점이다. 그 시대에 권력자가 민심을 헤아리려고 했고 민심을 얻으려 추진한 결과물이 콜로세움이었다는 사실이 부러울 뿐이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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