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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행이다/서유럽

스페인 광장

by 훈 작가 2023. 8. 21.

‘스페인 광장’이 로마에 있어 의아했다. 당연히 스페인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물론 스페인 마드리드나 세비야에도 스페인 광장이 있긴 하다. 만약 영화 <로마의 휴일>을 보지 않았더라면 무슨 소리냐, 로마에 무슨 스페인 광장이 있느냐고 반문했을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분명한 건 로마에 스페인 광장이 있다는 사실이다.


영화에서 오드리 헵번은 스페인 광장의 계단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로마를 방문하던 중 숙소를 이탈해 공주라는 신분을 숨긴 채 평범한 아가씨로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은 <로마의 휴일>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이후 ‘스페인 광장’은 로마를 찾는 여행객이라면 누구나 찾는 관광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유감스럽게도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없다고 가이드는 말했다. 왜냐하면 오드리 헵번을 따라 한다고 관광객들이 이곳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흘리고 쓰레기를 마구 버려서 지저분해졌기 때문이란다. 계단 위쪽에 성당이 보이는데 트리니타 데이 몬티 성당(Trinita dei Monti)이란다. 


영화 속 장소가 ‘스페인 광장’으로 불리게 된 것은 17세기 교황청 스페인 대사가 이곳에 본부를 두면서부터라고 합니다. 17세기 베르니니의 아버지인 피에트로가 만든 스페인 계단은 137개의 계단, 3개의 테라스로 구성되어 있고, 계단 아래에 있는 바르카치아 분수(난파선의 분수)도 그가 설계했다고 가이드는 말했다. 

계단에는 관광객들과 많아 번잡하다. 오드리 헵번이 아이스크림을 먹던 장소는 인증 사진을 찍으려 사람들 때문이다. 계단 앞쪽으로 콘도티 거리는 서울의 명동처럼 로마 쇼핑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거리로 다양한 명품매장들이 있어 스페인 광장과 함께 언제나 많은 인파로 북적이는 곳이다. 


오드리 헵번이 먹던 ‘빨라또’ 아이스크림도 유명하다. 이 회사는 1880년에 로마에서 설립되어 역사가 무려 100년이 넘는다고 한다. ‘빨라또’ 자체는 ‘궁전’이란 뜻이며 원래 이름은 ‘Palazzo Del Freddo’로 ‘추위의 궁전’이다. 가이드 말에 따르면 아이스크림 가게는 다른 곳으로 이전했고 그 자리에는 가방 가게가 새로 생겼다고 한다. 

설명이 끝나자 아이스크림 가게로 갔다. 아이스크림을 사려는 손님들로 혼잡했다.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려 아이스크림을 샀다. 먹는 음식을 들고 다니며 먹는 것이 흉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에서는 예외인 모양이다. 그나저나 아이스크림이 정말 끝내 준다. 오늘따라 ‘빨라 또’ 아이스크림처럼 여행이 참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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