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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행이다/서유럽

타워브릿지

by 훈 작가 2023. 10. 15.

파리여행에서 센강을 만났다. 파리의 낭만을 느껴보려고 한 센강 유람선 투어는 사납게 내리는 비때문에 우울했다. 연인의 다리로 불리는 퐁네프 다리도,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은 흐르고’라는 시(詩)로 유명한 미라보 다리도 제대로 구경할 수 없었다. 파리에서 만난 센강과 다리들은 여행의 낭만을 마음속에 가두어 버렸다. 

피렌체여행에서 아르노강을 만났다. 아르노강에는 ‘성 삼위일체 다리’라는 산타 트리니타(Ponte Santa Trinita)다리와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애절한 만남으로 유명해진 베키오 다리가 있다. 하지만, 이 다리도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멀리 지켜보기만 했다. 여행 일정에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패키지여행의 단점이다.

도시는 강을 품고 있어야 낭만적이다. 강이 없는 도시는 어딘지 모르게 허전하다. 센강이 없는 파리는 상상할 수 없고, 한강이 없는 서울도 생각할 수 없다. 양쯔강이 없는 상하이나 나일강이 없는 카이로도 그렇고, 허드슨강이 없는 뉴욕도 그렇다. 런던의 템스강도 두말하면 잔소리다. 

다리는 지리적 공간을 연결해 준다. 단순하게 보면 이동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다리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된다. 하지만 소통과 교류는 문화와 문명을 발전시켰다. 템스강의 명물인 타워브리지는 1894년 만들어졌으면서도 보통의 다리와 달리 매우 독특한 모습이다. 

이 다리는 산업혁명 당시 19세기 후반에는 1년에 6,0  00번 정도 다리를 들어 올렸다고 하는데 지금은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일주일에 2~3번 정도라고 한다. 가이드 설명을 들으면서 혹시라도 운이 좋으면 다리 상판이 올라가는 장면을 찍을 수 있으려나 기대했지만 아쉬움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이 다리가 만들어졌던 1894년은 조선시대 말이다. 갑오경장이 있었고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났다. 고종은 무능했고 나라는 열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망국의 길을 걷고 있었다. 영국이 산업혁명으로 나라의 부흥을 일으킬 때, 우리는 폭풍 속에 나침판 없는 난파선이나 다름없었다. 한민족 오천년 역사에 자부심을 느꼈던 얼굴이 뜨거워지는 이유가 무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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