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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행이다/서유럽

런던 시청

by 훈 작가 2023. 10. 19.

어찌 보면 달걀모양 같기도 하고, 달리 보면 모터사이클 헬멧처럼 보이기도 한다. 영화 스타워즈의 다스배이더 헬멧(Darth Vader’s Helmet)과 비슷하다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보는 이로 하여금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건물은 바로 런던 시청사 건물이다. 시청사 건물은 노먼 포스터에 의해 설계된 건물로 2002년 완공되었다. 애당초 에너지 절약형 건물로 설계에 중점을 두었고, 건물 전체가 남쪽으로 기울어지게 만들어서 직사광선 피하면서도 채광 시간을 오래 받도록 했으며, 건물 모양도 둥글게 해서 통풍이 아주 잘 되게 했다고 한다. 이러한 설계 덕분에 40% 정도의 에너지를 절약이 된단다.

 

높이 45m에 10층 규모의 런던 시청사 건물은 사실상 어디가 정면이고 어디가 후면인지 구분이 안 된다. 건물의 모든 방향에서 태양열을 흡수하도록 설계되어 필요한 에너지의 70%가량을 충당할 수 있다. 더불어 건물은 내·외부 모두 철저하게 창을 통하여 자연 환기가 이루어지도록 과학적으로 디자인되었다.  이른바, 첨단 건물을 내세우면서 도시에 지어지는 최첨단의 건물들이 창문 하나 열리지 않는 벙어리 건물로 설계되어 에너지를 잡아먹는 괴물에 비유된다는 점에서 런던 시청사 건물은 시사(示唆) 하는 바가 크다. 실제로 이 건물은 한여름에도 거의 냉방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실 런던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이 여전히 이 건물을 호텔로 착각하고 있다고 한다. 그 정도로 런던 시청사 건물은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사무용 건물이나 관공서 건물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양이다. 그만큼 독특한 건물 모습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시청사 건물치고는 크기가 작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이드 설명으로는 런던 시청사에서는 정책업무만 수행하기 때문에 청사 건물이 클 이유가 없다고 한다. 현재 런던에는 모두 32개 구가 있는데, 실질적인 행정업무는 구청에서 이루어지고 있어서 오히려 시청보다 구청이 더 크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광역시나 지방 도시의 시청사 규모를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타산지석의 마음으로 삼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이후로 지방자치단체 건물을 보면 재정(財政)이나 시정(市政)의 살림살이 규모보다 분수에 맞지 않게 호화스러운 측면이 있다. 재정 자립도도 낮은데 국민의 혈세로 호화청사 논란을 불러온 지방자치 단체도 많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건축의 예술적인 고려 없이 지어지다 보니 규모만 컸지. 획일적인 건축양식을 벗어나지 못한 건물이 대부분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시민들이 친근감을 느끼고 쉽게 다가갈 수 있고 건축의 예술성을 고려한 관공서 건물이 우리에게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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