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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행복, 그대와 춤을

꽃길

by 훈 작가 2023. 2. 25.


 ‘꽃길만 걸으세요.’라는 말이 있다.  들을수록 아름답고 정감이 갈 뿐 만 아니라 마음까지 포근해진다. 남에게 건네는 덕담으로 보이는 이 표현은 매우 은유적이다. '꽃길만 걸으라.'는 말은  곧  행복을 바라는 의미로 항상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하지만 인생이란 꽃길만 걸으며 살 수 없다. 사실 불가능하다. 역설적이지만 ‘꽃길만 걸으세요.’라는 말은 그만큼 우리의 삶이 행복과는 멀리 떨어져 살고 있다는 반증이 아닌가 싶다. 지금의 삶이 꽃길만 걷기에는 너무 고달프고 힘들다는 얘기다. 사람을 만나면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하는 이들이 주변에 너무 많다. 

꽃길만 걷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그렇다고 말 그대로 꽃길만 걸으며 사는 것이 과연 좋은 삶일까? 나는 이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다. 삶 자체는 꽃길만 걸을 수 없다. 꽃길만 걷는 삶이라면 그 삶은 현실이 아닌 무릉도원이나 유토피아 같은 세상일 것이다.   꽃은 어디서 피는가. 꽃길은 어디서 만들어지는가. 꽃은 거친 땅에서 피고 꽃길은 황량한 흙길에서 만들어진다. 애초부터 꽃길은 존재하지 않는다. 꽃은 무성한 잡초 속에서 피고 꽃길은 그런 잡초들 틈바귀에서 자신들만의 군락을 형성하며 만들어진다. 꽃이 피고 꽃길이 되기까지는 눈물겨운 삶이 숨어있다. 인생이란 먼 길을 걷다 보면 흙길도 만나고 모래밭 길도 걷게 된다. 때로는 빗길도 걸어야 하고 자갈길도 걸어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진흙길이나 눈보라가 매섭게 몰아치는 험난한 길을 걸어야 할 때도 있다. 낭만적이고 시적인 분위기의 오솔길이나 전원풍경이 멋진 시골길만 걸을 수 없는 것이 인생이란 길이다.

인생은 각본 없는 단막극이고 시나리오 없는 한 편의 영화다. 연극이든 영화든 항상 갈림길이요, 선택의 기로다. 선택의 결과가 꽃길로 이어지길 노력하며 사는 게 우리의 삶이다. 그 길로 가는 힘든 과정에 사람들로부터 듣게 되는 격려의 말이 ‘꽃길만 걸으세요.’라는 말이다.  이 말이 진정성을 같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으레 예의상 하는 립 서비스인 경우도 많다.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듣기에 기분 좋은 말이다. 중요한 것은 귀로 듣는 데 그치지 말고 꽃길로 가는데 긍정적인 동기부여의 계기가 되어 한층 노력하여 도약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걷고자 하는 꽃길은 미래의 길이다. 미래의 ‘꽃길’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꽃길을 남이 아닌 나 자신이 만들어 걸어야 한다. 문제는 꽃길을 만드는데 능동적으로 어떤 마인드가 필요한지 어떤 만남이 도움이 되는지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느냐가 중요하다. 꽃길을 걷는 인생은 나 자신의 의지와 노력에 좌우된다. 흔히, 주변에 어떤 사람이 있고 어떤 인연을 맺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파리 같은 사람과 어울리면 화장실 주변에서 인생을 소비할 것이 고 꿀벌 같은 사람과 인연을 맺으면 꽃밭 주변에서 삶의 시간을 향유할 것이다. 꽃길만 걷고 싶다면 바로 꽃과 연관이 있는 사람과 가까이 지내면 된다.

열정이 넘치는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없던 열정도 솟구친다. 허구한 날 시간을 죽이며 소주잔을 앞에 놓고 기울이며 불평불만 만 늘어놓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으면 나도 모르게 동화되어 세상을 원망하게 된다. 아마 마음속에 있던 열정마저도 날아가고 말 것이다. 꽃길을 걸으며 살고 싶다면 생각을 같이 하는 이들을 만나야 한다. 그런 만남과 인연이 내 삶에 들어오면 내가 걷고 싶은 꽃길을 찾아갈 수 있다. 그들은 내가 걷고 싶은 꽃길을 향해 함께 달릴 수 있도록 힘이 되어 준다. 걷고자 하는 꽃길이 장미꽃이 핀 길인지 코스모스가 핀 길인지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혼자서 가지 말라는 것이다. 아프리카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것이다. 인생은 꽃길을 찾아 떠나는 먼 여행길이다. 꽃길을 찾아 떠나는 인생여정의 먼 길에 필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당신과 동행할 나비나 벌을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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