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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행복, 그대와 춤을

중꺾마

by 훈 작가 2023. 3. 3.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중꺾마)
 
카타르 월드컵 이후 유행한 말이다. 맞다는 말이다. 공감이 간다.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서 승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있는 한 문구이다. 가나전에서 우리는 3대 2로 졌다. 조규성이 터트린 두 골이 물거품이 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우리는 16강에 진출했다. 가나는 우릴 이겼지만 탈락했다.
 
“중꺾마”는 지금 당장 실패했다고 좌절하지 말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결실로 돌아온다는 걸 강조하는 말로 우리에게 울림을 준다. 승부의 세계에서 이기고 지는 일이 수없이 벌어진다. 항상 승리의 짜릿한 쾌감만을 느끼며 살 수 없다. 이기는 게 좋겠지만 무엇보다 최선을 다하며 포기하지 않는 스포츠 정신이 더 중요하다.
 
그런데 사회적인 분위기가 다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겉으로는 “중꺾마” 인정하는 듯하면서도 모든 것을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결과만 좋으면 과정이 어떻든 다 좋게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한 마디로 과정보다 결과를 더 중요시 여기는 사회적 풍조가 여전히 우리 사회 저변을 지배하고 있다.
 
2002년 월드컵 때 등장한 문구가 있다. “꿈은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 말속에 왠지 모르게 결과만을 중요시하는 느낌이 든다. 꿈이 다 이루어진다면 세상에 갈등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행히 요즘 MZ 세대는 다른 것 같다. 일종의 변화가 감지된다.. 일부 스포츠 선수들을 보면 ‘1등이 아니어도 괜찮아! 하며 경기 자체를 즐긴다는 태도를 보여주어 다행이라는 생각 한다..
 
바람이 분다. 그냥 바람이 아니다. 거센 비바람과 함께 폭풍이 몰아친다. 사진 속에 나무는 버티고 있다. 과연 이 나무에 “중꺾마”가 가능할까. 꺾이지 않고 버티면 어떻게 될까. 아마 부러져 죽고 말 것이다. “중꺾마”라는 말이 공감하지만,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때로는 상황에 따라 꺾일 수 있는 일도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게 있다. 그중 하나가 유연성이다. 때와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살아야 한다. 사진 속에 나무처럼 말이다. 이것만이 정답이다. 하는 생각은 자칫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때로는 지는 게 이기는 길이다. 내 고집만 부리다간 망칠 수도 있다. 사진 속에 나무처럼 때론 휘어질 줄도 알아야 한다. 다만, 좌절하지 말아야 한다. 
 
꿈을 가슴에 안으려면 "중꺾마"도 중요하지만, 그 바탕에는 사고(思考)의 유연성 또한 중요함을 잊지 말자. "중꺾마"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그것 만이 정답이라고 목청을 높이다 보면  자칫 오류에 빠져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중꺾마"가 과유불급(過猶不及)이 되지 않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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