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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행복, 그대와 춤을

출근하기 싫은 날

by 훈 작가 2023. 3. 12.


술이 떡이 되어 속은 쓰린데 아침이면 다시 만나야 하는 콩나물시루 같은 시내버스, 아니면 지옥철 같은 지하철, 자가용 차의 경우 피할 수 없는 교통체증, 생각만 하면 현기증이 납니다. 이처럼 출근이란 단어와 만나면 연상되는 상황, 정말 싫습니다. 특히 겨울철 밤새 내린 눈이 아침에도 내리고 출근길이 꽁꽁 얼어붙은 날은 더 싫었습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죠. 날마다 반복되는 ‘출근“ 이란 이 단어,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특히, 즐거운 휴가를 마치고 출근하는 날이나 월요일은 왠지 모르게 이 단어가 싫지 않나요? 벗어나고 싶은데 어쩔 수 없이 이 단어에 끌려 집을 나서야만 하잖아요.

그런데 아직은 버터야 하는 현실. 대출받은 빚도 갚아야죠. 애들 대학까진 보내야죠. 그뿐 입니까. 노후 준비는 해 놓은 것도 없으니 때려치울 수도 없지 않습니까. 별수 있나요, 적응된 일상으로 다시 들어가 익숙해진 척 직장으로 나가기 싫어도 눈도장을 찍어야죠.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는 미래를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저 하루하루 버티며 사는 것 같습니다. 지난겨울은 유난히 눈이 많이 왔습니다. 밤새 내린 함박눈이 그치지 않은 아침 출근길에 빨간 우산을 쓴 여인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녀는 어떤 마음일까요.

삶의 여유가 있고, 굳이 먹고살 만하면 출근이란 단어를 내던지고 싶죠. 창밖에 내리는 눈 풍경을 보며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 들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진한 원두커피 한잔 하면서요. 겨울연가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말입니다. 상상만 해도 행복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생각만큼 많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 주변엔 아직도 출근이란 단어에 갈증을 느끼는 너무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한편으로 위로일 수도 있겠지요. 출근이란 단어가 지금의 당신을 지탱해주고 있으니까요. 출근이란 단어가 아직도 당신 곁에 있다면 싫어도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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