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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행이다/캐나다

아싸바스카 빙하

by 훈 작가 2023. 7. 1.

점심이 생각날 즈음에 멀리 빙하가 보이는 *샬레(chalet)에 도착했다. 빨간색 바탕에 단풍잎이 그려진 캐나다 국기가 파란색 하늘에 펄럭인다. 넓은 주차장에 많은 투어 차량과 여행자가 타고 온 승용차들이 정차해 있다. 이곳이 컬럼비아 빙원의 Base Camp라고 할 수 있는 아싸바스카 빙하 투어의 안내소 겸 휴게소이다.

콜롬비아 대 빙원은 아싸바스카, 서스캐처원, 돔(DOME) 등 8개 빙하로 이루어졌으며, 지구상에서 북극 다음으로 넓은 빙원이다. 빙하의 얼음덩어리 중 가장 두꺼운 곳은 365m 정도로 추정된다고 한다. 해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7~8m씩 녹아서 400~500년 후에는 얼음으로 덮인 대평원의 빙하가 없어질 것이라고 한다. 

현지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믿기지 않았지만 안타까운 현실임이 틀림없다. 우리가 가 보게 될 곳이 아싸 바스카 빙하이다. 영화 ‘닥터 지바고’의 설원 장면을 이곳에서 촬영해 더 유명하다고 한다. 우리는 이 빙하를 직접 밟아보는 체험을 할 것이다. 그 현장이 저 멀리 눈앞에 보인다. 말로만 듣던 생전 처음 빙하를 만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있듯이 허기진 배를 달래야 했다. 카페테리아처럼 꾸며진 샬레 형태의 휴게소는 3층 건물이다. 휴게소 안으로 들어서니 여행객들로 북적인다. 점심 메뉴는 16개 정도에 이른다. 현지 가이드(이성헌)가 한국인 입맛에 맞는 메뉴 5개를 추천해 주었다. 맛이 나쁘진 않았다. 주변을 보니 다양한 피부색의 여행객들이 보인다. 

아싸 바스카 빙하로 들어가기 위해 먼저 설상차가 있는 곳까지 45인승 버스로 2~3분 정도를 이동한 후 다시 설상차를 갈아탄다. 차량은 오로지 이곳 빙하관광 전용 차량으로 특별히 제작되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여행객들을 위한 안전 조치다. 차량 바퀴 지름이 160cm이나 된다. 자리에 앉자 묵직한 엔진소리와 함께 설상차가 서서히 움직였다. 

설상차가 비포장 길로 진입하여 빙하로 출발했다. 빙하로 들어가는 도로는 일반차량으로 접근할 수 없는 급경사 길이었다. 빙하에 도착해 내렸다. 샬레(chalet)에서 보는 것과 너무 달랐다. 첫발을 내딛자마자 차디찬 바람이 휑-하니 불어 닥친다. 첫 느낌은 시원함이다. 하지만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갑자기 북극에 온 것처럼 몸이 움츠려진다. 

아들과 아내는 춥다고 미리 준비해 온 담요로 몸을 감싼다. 처음엔 호들갑을 떠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분명 계절은 7월의 여름인데 날씨는 한겨울이다. 종아리가 훤히 드러나는 여름 바지를 입은 게 실수였다. 허세를 떨려고 한 게 아닌데 결과는 그렇게 된 모양새다. 아무도 나처럼 옷을 입고 온 사람이 없다. 

자연의 위대함과 장엄함이 실감 난다. 현지 가이드 말에 의하면 이곳 빙하의 얼음 두께가 70m라고 한다. 빙하 위쪽으로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도록 빨간색 꼬갈콘 표지판을 설치해 놓았다. 크레바스(crevasse)때문이다. 몇 년 전 이를 무시하고 사진 촬영하던 여행객이 실종된 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여행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다.

위에서 아래로 빙하수가 좁은 도랑을 만들면서 흐르고 있었다. 빙하수는 블루다이아몬드(Blue Diamond) 빛이다. 태고의 신비를 품은 빙하수를 준비해 온 삼다수 병에 담았다. 한 모금 마셔 본다. 와! 시리고 시린 물이 식도를 짜릿하게 만든다.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씻어주는 기분이다. 하지만 두 모금째 마셔 보니 속이 얼얼하다 못해 추워진다. 

이곳에 머무르는 시간은 단 20분이었다. 더 머무르고 싶어도 몸이 거부한다.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간사하다. 시원하다는 생각이 어느새 사라지고 춥다고 엄살 부린다. 다시 여름으로 돌아가고 싶다. 현지 가이드는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인간이 대자연을 망가뜨리고 있다며, 언젠가는 자연의 역습이 인간을 공격할지도 모른다고 힘주어 말했다.

*샬레(chalet) : 원래 양치기들의 집을 일컬었으나 나중에는 산간에 있는 작은 집들을 뜻함. 샬레는 주요 재료인 나무를 꾸밈없이 독특한 양식으로 사용한 것이 특색이다. 보통은 목재를 7.5~15㎝의 무거운 널빤지로 자른 뒤에, 통나무집을 쌓는 방식으로 짜 맞춰서 모양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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