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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행이다/캐나다

아싸바스카 폭포

by 훈 작가 2023. 11. 28.

해외여행은 항상 빡빡한 일정이다. 하루 일정의 시작을 알리는 모닝콜은 단잠의 유혹을 뿌리치게 만든다. 모닝콜이 울리고 1시간 후에 아침 식사를 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려면 어쩔 수 없다. 해외여행을 다니다 보니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몸도 적응이 되어 가는 가보다. 시차 적응은 항상 여행자를 괴롭힌다.

 

캐나다의 공기는 확실히 청정 무공해다. 그만큼 자연보호가 잘 되어 있는 느낌이다. 선선한 아침 공기가 조금은 피로를 풀어 준다. 힌튼(Hinton)을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도로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침엽수림 숲 속으로 들어갔다. 숲으로 둘러싸인 한적한 주차장에 투어버스가 도착했다.

아싸바스카 폭포(Athabasca Falls)에 온 것이다. 캐나다 로키의 지명은 원주민 언어를 그대로 채택한 곳이 많다고 한다. 이곳도 예외는 아니다. “Athabasca”라는 말은 이곳 인디언 말로 갈대가 자라는 곳이라고 가이드는 말했다. 그는 이 폭포의 발원지가 컬럼비아 빙원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빙하에서 녹은 물이 Athabasca River를 만들고 또 강물은 다시 끊어진 길을 폭포로 이어 길을 만들었다. 우리는 폭포로 가기 전에 펼쳐진 울창한 삼림과 장엄한 로키의 거봉에 압도되었다. 마치 산자락을 배경으로 침엽수림이 수많은 붓을 거꾸로 세워 놓은 것처럼 하늘로 늘어서 치솟은 모습이다. 그리고 숲 사이로 커다란 강이 흐르고 있다.

 

오랜 세월 거친 숨소리를 뿜어내며 Athabasca 강은 마치 야생마처럼 달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서부 영화 속에 나오는 풍경을 연상케 한다. 황야를 달리는 야생의 기질이 폭포에 담겨있는 것처럼 강물이 여행객을 맞이한다. 아직은 폭포가 어디에 있는지 짐작할 수 없다.

 

숲길을 벗어나자 거센 급류가 갑자기 좁다란 바위를 가운데 두고 두 갈래 물줄기를 만들면서 곤두박질치는 게 보였다. 부서지는 물살이 사납게 포효([咆哮]하면서 절벽 아래로 몸을 던지며 날아간다. 바로 그 폭포 모퉁이에 전망대가 자리 잡고 있다. 울부짖는 듯 부서지는 물소리가 강렬하다. 볼수록 야생의 기질이 있는 것 같다.

 

폭포는 23m 높이에 좁은 절벽 사이로 떨어지며 엄청난 양의 빙하수를 쏟아붓는다. 폭은 불과 18m밖에 안 된다. 폭포를 만드는 암벽은 딱딱한 규암 지층이고, 물이 떨어지면서 부드러운 석회암 사이로 깊은 계곡과 웅덩이를 깎아 만들며 굽이쳐 흐른다. 이 모습을 폭포 앞에 다리가 놓여 있어 정면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다리를 건너면 또 다른 전망대가 나온다. 폭포의 전경을 다른 각도로 볼 수 있다. 사진을 몇 장 찍은 후 다리를 건넜다. 맞은편 전망대에 도착하니 폭포에 무지개가 보였다. 왼쪽으로 반원 모양의 무지개가 휘어져 있고 오른쪽에 폭포 줄기가 협곡 아래로 번지점프 하듯 떨어지고 있다. 규모가 작지만, 작은 고추가 매운 것처럼 야무진 모습이다.

 

하지만, 감탄사를 꺼내기에는 이르다. 나이아가라 폭포 일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크레오파트라를 보기 전에 아리따운 시녀를 보고 먼저 혹하고 가면 그건 실례가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폭포가 별 볼 일 없다는 뜻은 아니다. 캐나다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폭포 투어가 끝날 무렵 추위가 느껴졌다. 한여름 7월의 날씨인데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아직은 모른다. 아마도 녹음이 짙은 숲 속에 한참 동안 있어서 그런가 보다. 그만큼 캐나다 로키의 숲은 잘 보존되어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게 아닌가 싶다. 부럽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정말 캐나다 로키의 자연보전은 우리가 본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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