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생은 여행이다/캐나다

밴쿠버섬 : 빅토리아

by 훈 작가 2024. 4. 19.
빅토리아시 일요일 아침 거리

 
모닝콜이 울렸다. 커튼을 거두니 빅토리아항구 모습이 회색빛으로 눈에 들어왔다. 호텔 주변 풍경을 담아 보려고 카메라를 챙겨 조용히 혼자 나왔다. 호텔 주변이 잘 가꾸어진 느낌이 들었다. 건너편 주택가 건물도 가지런히 정돈된 모습이다. 호텔 로비를 나오니 주변에 나무와 인공 연못을 만들어 꾸며 놓았다. 호텔 건물과 멋진 조화를 이룬다. 

바닷가 쪽으로 산책로가 보였다. 걸음을 옮겼다. 정감이 느껴지는 산책로다. 그 길을 따라 걸었다. 우리가 하룻밤 숙박한 곳은 INN AT LAUREL HOTEL이다. 바닷가 옆 경관 좋은 위치에 있다. 건너편 항구엔 요트가 보였다. 조용해도 너무나 조용하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조깅하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INN AT LAUREL HOTEL주변 산책로

 
여름인데 초가을 날씨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소 쌀쌀한 그런 기분이다. 주변 풍경을 눈에 담으며 이국의 정취에 빠져 본다. 나 혼자 즐기기가 아까워 호텔로 돌아가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산책로로 나왔다. 그러나 몇 걸음 걷는가 싶더니 날씨가 쌀쌀하다며, 이내 돌아가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고 춥다며 이내 두 사람은 호텔로 돌아갔다. 

해변을 왼쪽에 두고 산책로를 따라 올라갔다. 잘 꾸며진 잔디와 수목들이 멋지게 어울린다. 건너편 쪽 항구에 수상비행기도 보인다. 큰 도로까지 나왔다. 도시 같지 않게 정적만 흐른다. 인척도 없다. 간혹 가다 승용차가 지나갔지만, 우리의 도시와 대조적이다. 나는 도시치 곤 공기가 청량하다. 상쾌한 아침을 이를 두고 하는 모양이다.

INN AT LAUREL HOTEL

 
특급호텔의 아침 식사는 어떨까. 잔뜩 기대하고 식당에 들어섰다. 당연히 뷔페식이려니 생각했는데 아늑한 BAR 분위기 레스토랑이다. 이미 테이블 한쪽에 준비되어 있었다. 잠시 뒤 1인분 접시에 식사가 나왔다. 순간 우리 모두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메뉴가 허접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감자튀김, 스크램블드에그, 베이컨, 팬케이크, 빵이 전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일상적인 캐나다식 아침 식사였다. 해외여행 때마다 푸짐한 뷔페식 아침만 먹어서 그런지 어딘지 모르게 푸대접받는 기분이다. 그럼에도 누구도 아침 식사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 눈치를 보는 건지, 아니면 불만이 없다는 건지 알 수 없다. 식성이 좋은 아들을 보며 빵 한 조각을 건네주었다.

주 의사당 건물

 
오늘 일정은 빅토리아 시내와 부차트 가든 투어를 마치고, 오후 5시 비행기 편으로 캘거리에 갈 예정이다. 캘거리에 도착하면, 다시 로키산맥 밴프 국립공원까지 버스로 이동한다. 아침 식사를 끝내고 짐을 싼 다음 체크-아웃했다. 아직 컨디션이 100%가 아니다. 시차적응 안 된 탓이다. 호텔을 출발한 버스가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의사당 앞에 도착했다. 

불과 3~4분 정도 거리다. 차에서 내리니 고풍스러운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빅토리아 양식의 거대한 대리석 건물이다. 중앙에 솟아오른 돔 꼭대기에는 밴쿠버섬을 처음 발견한 조지 밴쿠버의 청동상이 있다. 건물 외곽을 따라 1897년에 빅토리아 여왕 즉위 60주년을 기념해 달아 놓은 3,330개의 전구가 촘촘히 장식되어 있다.

한국전쟁 참전 용사탑

 
이 건물은 1892년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의사당 건축 공모전에 당선된 당시 25세의 어린 건축가 프랜시스 모슨 래튼 베리 (Francis Mawson Rattenbury)에 의해서 설계되었다고 한다. 그는 이를 계기로 엠프레스 호텔, 밴쿠버 미술관 등 주요 건물의 설계를 도맡게 되면서 캐나다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가로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고 가이드가 말했다. 

잔디밭 한가운데 빅토리아 여왕 동상이 서 있다. 잔디밭 왼쪽에는 한국전쟁 참전 기념탑이 자리 잡고 있다. 캐나다는 한국전쟁 당시 전체 군 병력의 1/3에 해당하는 27,000명이 참전했다고 한다. 자유 평화와 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하여 기꺼이 피를 흘린 그들의 숭고한 정신을 우린 잊지 말아야 한다. 평화는 그냥 지켜지는 게 아니다. 
 

페어몬트 엠프레스 호텔


의사당 건너편이 INNER HARBOR다. 크고 작은 요트들이 보였다. 한 폭의 서양화 같다. 오른쪽에 1908년에 완공된 빅토리아시 최고 최대의 호텔이라는 페어몬트 엠프레스 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외관을 감싼 담쟁이넝쿨이 인상적이다. 잔디정원 사이에 호텔로 연결되는 길이 나 있다. 호텔 건물 전체가 고전적인 느낌을 준다.

투어를 마치고 버스를 탔다. 버스가 시내를 통과하고 있는데 누군가 “공작새다.”하며 소리쳤다. 밖을 보니 정말이다. 아니, 웬 공작새~. 예기치 못한 진풍경에 모두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일순간에 일어난 깜짝 쇼였다. 카메라를 들었지만, 사진을 찍을 틈이 없었다. 도심 거리에서 보기 힘든 풍경인데, 아쉬움을 뒤로한다.
 

마일 제로(Mile Zero)포인트

 
서서히 시내를 벗어나 외곽으로 나오니 태평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보면서 빅토리아와 태평양이 맞닿는 Beacon Hill Park 도착했다. 바로 이곳이 마일 제로(Mile Zero) 포인트로 캐나다 동서 횡단의 출발점이다. 별로 볼 게 없는 것 같은데 왜 왔을까. 가이드가 무슨 말을 할지 궁금했다.

캐나다의 영웅 "테리 폭스" 동상 때문이었다. 테리 폭스는 고작 18세 나이에 골육종이라는 뼈 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암이 더 이상 퍼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오른쪽 다리를 절단한 후, 테리 폭스는 병원에서 다른 암 환자들의 고통을 지켜보며 환자들을 위해 모금 운동을 시작하기로 결심한다. 
 

빅토리아시 거리


그는 1980년 4월 12일부터 남은 왼쪽 다리와 의족으로 마라톤을 시작해, 캐나다 동부 끝에서 출발해 6개 주를 통과하여 143일 동안 3,349마일을 달렸다. 매일 마라톤 전 코스를 완주한 셈이다. 불구의 몸으로 캐나다 대륙 2/3를 달리는 기적을 만들었다. 144일째 되던 날, 암세포가 폐로 전이되어, 중단됐고, 6개월 뒤 그는 세상을 떠났다. 

그가 사망하기 전까지 암 연구 기금으로 2,417만 달러가 모금되었고, 이후 테리 폭스의 뜻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55개국에서 매년 9월 테리 폭스 희망의 달리기 행사가 열리고 있다고 한다. 테리 폭스가 캐나다 기부문화를 정착시킨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었다고 가이드는 설명했다. 
 

빅토리아 시 항구


“나는 기적이 일어나리라는 것을 믿는다. 그래서 나는 해야 한다."라고 말한 테리 폭스. 그의 작은 도전에 관심을 보인 지방의 한 언론이 이를 집중 조명해 보도하면서 캐나다 정신이 만들어졌고, 기부문화를 선도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가이드 말을 듣고 보니  테리 폭스의 도전은 정말 아름다웠다. 본받을 만한 캐나다 문화다. 

태평양 바다를 끼고 멋진 드라이브 코스 같은 도로를 달렸다. 오른쪽으로 태평양을 바라보는 멋진 전원주택들이 이어져 보였다. 정말 그림 같은 집이다. 가이드 설명에 따르면 캐나다 사람들이 은퇴 후 여생을 아름답게 보내고 싶어 하는 곳이 바라 이곳이란다. 어쩐지 한눈에 봐도 잘 꾸며진 정원, 잔디밭, 정원수와 화초들이 그림 같다. 
 

빅토리아 시 항구


“오크-베이 빌리지”라 불리는 부촌이다. 밴쿠버 시민들이 꿈꾸는 마지막 인생의 보금자리란다.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그림 같은 집이다. 누구나 부귀영화를 꿈꾼다. 그중 하나가 저린 집이 아닐까, 싶다. 돈을 왜 벌어야 하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호사스러운 집구경을 끝으로 우리는 다시 페리를 타고 밴쿠버로 나가 캘거리로 간다. 

밴쿠버 섬 지도 :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았음.


㈜ 브리티시 컬럼비아주(BC주)는 인구 250만 명, 크기는 한반도 면적의 약 10배다. 주수도는 빅토리아시다. 도시의 크기로 보면 밴쿠버시가 커서 수도라고 생각하기 쉽다. 빅토리아시는 밴쿠버섬에 있으며, 인구 30만이다. 제주도의 16배, 길이 520 Km이다. 연중 온화한 날씨이며 녹음이 우거져 있다. 겨울을 제외하곤 항상 꽃이 핀다. 빅토리아시와 밴쿠버시 사이는 배로 이동한다. 페리에 탑승하는 시간은 95분 내외. 페리의 규모가 커서 Food court 등의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편도 요금은 15 캐나다 달러 내외. 

'인생은 여행이다 > 캐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Fairmont Chateau Lake Louise Hotel  (36) 2024.09.06
천상의 낙원 ‘부차트 가든’  (24) 2024.09.02
로키의 보석 ‘에메랄드 호수’  (126) 2024.03.21
아싸바스카 폭포  (6) 2023.11.28
아싸바스카 빙하  (0) 2023.07.0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