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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행이다/캐나다

레이크 루이스

by 훈 작가 2023. 5. 18.

한바탕 비가 휘몰아치고 갔는지 산 능선 허리춤에 짙은 구름이 감싸고 있다. 아예 빅토리아산 정상은 보이지 않는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이다. 그러나 그런 느낌을 느낄 수 없다. 호수에 에메랄드 물감을 한껏 풀어놓은 듯 호수 장엄한 자연이 만들어 낸 신비함만 가득하다. 실감이 나는 것은 자연의 위대함 앞에 정말 인간이 보잘것없는 존재로구나 하는 정도뿐이다.

레이크 루이스와 더불어 유명한 곳이 바로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 루이스 호텔이다. 7성급 특급호텔로 총 599실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호수에서 호텔을 바라보면 마치 중세의 오래된 성처럼 보인다. 정말 캐나다 로키의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레이크 루이스 옆에 자리하고 있는 Fairmont Chateau Lake Louise 호텔은 호수와 같이 말 그대로 금상첨화(錦上添花)를 이루는 앙상블이다. 

그림의 떡이라도 일단 호텔 안으로 들어가 눈요기라도 하는 심정으로 둘러보고 싶었다. 호텔 내부는 일반 호텔과 비슷했다. 하지만 커피숍에서 보는 레이크 루이스 풍경은 정말 분위기와 느낌이 좋았다. 레이크 루이스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런 호텔에서 하룻밤 머무르는 호사(豪奢)를 누렸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러나 전망 좋은 객실은 하룻밤 숙박료가 $1,500 넘는다고 한다. 정말 입이 딱 벌어진다.
 
숲에 들어가면 산을 볼 수 없다. 산을 보려면 숲에서 나와야 한다. 하지만 호수는 다르다. 호수는 호수 가까이서 보아야 한다. 호수를 오감으로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레이크 루이스가 얼마나 아름답고 장엄한지는 가까이에서 느끼기에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장엄한 로키산맥의 품에 자리 잡은 레이크 루이스를 실감이 나게 느끼려면 전망이 좋은 산으로 올라가야 한다.

스키장 곤돌라 탑승터미널에 도착했다. 레이크 루이스를 품에 안고 있는 로키산맥의 장엄한 모습을 보러 가기 위해서다. 전망대에 오르기 전 안전을 위해 간단한 동영상 프로그램을 보았다. 가이드는 행운이 따르면 리프트를 타고 전망대 오르는 과정에서 야생 곰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 말에 솔깃했다. 몸을 리프트에 몸을 맡겼다. 
 
천천히 곤돌라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발아래로 초록색 양탄자 같은 활주로를 부드럽게 미끄러지면서 케이블에 매달린 곤돌라가 허공에 뜬다. 새가 되어 스키장 옆 침엽수 나무숲 위로 날아간다. 좌우로 근위병 사열하듯 열과 오를 갖추고 늘어서 있다. 조금 지나자 맞은편에 오고 있는 곤돌라 탑승객이 우리를 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 “Bear~”, “Bear~”

아래를 보았다. 갈색곰이 아주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다. 제법 덩치가 큰 녀석이다. 야생에서 보는 곰은 난생처음이었다. 캐나다 로키의 자연은 말 그대로 인간과 이곳의 진짜 주인인 야생동물과 공존한다. 인간은 단지 손님에 불과하다는 말이 증명되는 순간이다. 녀석은 주변을 의식하지 전혀 않고 점심을 먹고 있는 모양이었다. 녀석의 목에 인식표로 보이는 추적 장치가 보였다. 어쨌든 가이드 말대로 야생에서 곰을 만난 것은 큰 행운이었다. 
 
10여 분을 곤돌라를 타고 오르고서야 산 정상이 아닌 산 중간보다 약간 위쪽의 곤돌라 터미널에 도착했다. 곤돌라에서 내려 오른쪽으로 조금 내려가니 전망대가 보였다. 3,000m 높이의 로키 거봉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그야말로 장관이다. 로키의 산줄기가 황야를 무리를 지어 달리는 듯 눈앞에 그림처럼 보인다.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대자연의 장엄함이다. 

그 아래 레이크 루이스가 보였다. 그것은 호수가 아니라 깊은 산 속에 고여 있는 옹달샘으로 보였다. 아니 이렇게 다를 수가 있는가 하고 내 눈을 의심했다. 장엄한 로키의 품에 안긴 작은 레이크 루이스는 앙증맞고 귀엽기 짝이 없었다. 호수를 미리 보았기 망정이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작아 보였다. 실로 장엄한 것은 3,000m 높이를 이루는 로키의 웅장한 산 능선이었다.
 
빙하가 깎아내린 로키의 거봉과 곳곳에 쌓인 빙하가 여전히 영겁의 세월을 버티면서 지키고 있다. 그 빙하가 녹고 녹아 만들어진 것이 레이크 루이스다. 레이크 루이스는 빙하가 만들어 낸 산물이다. 호랑이 담배를 피우던 시절 보다 오래되었을 세월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다. 그게 자연의 모습이다. 언제부터 지키고 있었는지는 모른다.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 만난 루이스는 감동이었다. 

감동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벅찬 감정이다. 레이크 루이스가 그렇다. 스치는 감동이지만 내 인생에 머무는 레이크 루이스의 감동은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다. 1년 사계절 내내 레이크 루이스에 머무르고 싶지만 주어진 삶이 허용하지 않는다. 여행은 그래서 아쉽다. 처음에 만날 때부터 레이크 루이스의 설렘은 심장을 뜨겁게 만들었다. 심장이 뜨거울 때 여행을 떠나야 감동이 더 깊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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