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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행이다/캐나다

벤쿠버

by 훈 작가 2023. 4. 21.

밴쿠버는 캐나다 여행의 출발점이다. 밴쿠버라는 지명은 18세기말에 캐나다 서해안을 탐사했던 영국의 탐험가인 조지 밴쿠버(George Vancouver)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밴쿠버는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남서부에 있으며 토론토와 몬트리올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도시다. 더불어 밴쿠버는 ‘3무 도시’라 불린다. 먼지가 없고, 경적이 없고, 흑인이 없다는 말은 그만큼 살기 좋은 도시라는 의미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순위 중 7위로 환경친화적인 도시가 밴쿠버다.

긴 비행시간을 끝내고 밴쿠버 공항에 도착했다. 본격적인 여행의 막이 올랐다. 피곤한 몸을 추스르며 일행은 입국 수속을 기다렸다. 캐나다는 다른 나라에 비해 입국 수속이 까다롭다고 들었기에 조금은 긴장되었다. 짧은 내 영어 실력이 고생 좀 할 것 같다. 드디어 우리 가족이 인터뷰 차례가 되었다. 덩치 큰 흑인 여자가 영어로 물어본다. 그녀의 질문이 왜 밴쿠버에 왔느냐고 하는 것 같다.
"I'm here on vacation. um~ together my family. “
계속 질문이 들어온다. 어디 어디 갈 거냐고 묻는 듯.
"Calgary, Banff, Toronto." 
다시 뭔가 영어로 질문을 하는데 알아들을 수 없다. 저쪽에서 여행사 인솔자가 일정표를 보여주라 사인을 준다. 난 일정표를 보여주며 오늘 머무를 호텔 이름을 영어로 말했다. “Laurel point hotel in Victory.”
그리고 나서야 통과했다. 시쳇말로 영어가 객지에 나와 고생했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짧은 순간 조금은 긴장했었나 보다. (마음속으로 역시 영어 좀 해야만 돼!!!)

밴쿠버 공항 로비를 빠져나왔다. 우리 일행은 다소 지친 표정으로 현지 가이드를 만나서 버스를 기다렸다. 그간 여행을 보면 공항 건물을 나오자마자 버스를 탔었다. 오늘은 다르다. 현지 가이드는 휴대전화기를 들고 어딘가 한참 통화를 한다. 얼마간 시간이 흘렀다. 약간 짜증이 날 즈음 버스가 왔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스~쿨 버스 모양이다. 그런데 버스에 오르니 익숙하지 않은 좌석 배열에 우리는 당황했다. 우리 일행의 표정을 보니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것이 아닌 듯했다. 버스 좌석이 정말 다르다. 파티용인 듯 좌·우측 의자가 서로 마주 보게끔 배치되어 있었다. 출발 후 차 안에서 가이드는 이곳의 여행 성수기 상황을 변명하듯 우리 일행에게 긴 설명을 했다. 여행사 인솔자는 분위기를 파악한 듯 버스를 파티용이 아닌 다른 차로 바꾸어 주도록 요청했다. 현지 가이드는 저녁 식사 이후 일반버스로 바꾸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고 나서, 시내 투어만 이 버스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 우리 일행에게 양해를 구했다.

밴쿠버 시내로 이동하면서 캐나다와 밴쿠버에 대한 관광 일정을 설명했다. 먼저 차이나타운을 지나 개스타운을 20분 정도 투어하고 이어 캐나다 플레이스와 스탠리 공원 잉글리시베이 구경을 마친 뒤 저녁을 한 후, 트왓슨 터미널로 이동하여 BC페리를 타고(1시간 20분 정도) 빅토리아에 도착하여 LAUREL POINT HOTEL에 투숙하는 것으로 오늘 일정을 마무리하고, 내일은 빅토리아 시내와 부차트 가든 관광 후 밴쿠버 공항으로 이동해 캘거리로 떠나는 일정이다.

차창 밖으로 들어오는 밴쿠버의 첫인상은 청정한 도시, 깨끗한 도시다. 집집마다 잘 정리된 정원이 있다. 외관상 보이는 개인주택은 밴쿠버 시민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우리가 탄 버스가 다운타운 → 차이나타운을 지나 개스타운 증기 시계탑에 도착했다. 개스타운은 밴쿠버의 발상지이며, 도시의 옛 중심지를 복원한 곳이다. 상업·금융지구는 버라드 만과 폴스강을 따라 형성된 항구시설들과 인접해 있다. 도시권에 속한 아름다운 경관의 대규모 교외 주택지가 프레이저강어귀를 따라 남동쪽으로 뻗어있고 뉴웨스트민스터·포트무디·포트코키틀램 등의 도시들을 둘러싸고 있다. 1600년대 초 밴쿠버시의 상업중심지였던 GAS TOWN에 세워진 증기 시계는 순전히 증기의 힘으로 작동되며 매시간 음악이 나오는 것으로 유명하다. 

밴쿠버는 약 300만 명 인구가 살고 있는데 그중에 1/3이 중국인이고, 1/3이 동양인이고, 1/3이 백인이라는 농담 아닌 농담이 있을 정도로 중국 사람이 많다고 한다. 중국계 인구가 많은 가장 큰 역사적 이유는 대륙횡단 철도와 골드러시 당시 캐나다 초대 수상의 'Sea to the Sea'라는 거대한 꿈을 가지고 장장 3,000km 밴쿠버 개스타운 증기 시계에 달하는 대륙횡단 철도 공사를 했는데, 이때 중국이민을 정책으로 많은 사람이 들어왔고, 이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는 시점에 홍콩계 중국인이 중국 정부를 신뢰하지 못해 캐나다로 이민을 와서 그렇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 밴쿠버를 “홍쿠버”라고 할 정도로 중국인이 많다는 것이다.

고풍스러운 건물이 밀집한 사거리 모퉁이에 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시계탑이 있다. 그 주변을 중심으로 사진 찍는 사람이 있는 것으로 보아 나름 이곳이 명소인가 보다 하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별거 아닌 듯했지만, 밴쿠버 시민들은 이곳을 역사적 의미가 있는 것으로 자부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보다도 내 눈길을 끈 것은 젊은 노숙자였다. 사거리 횡단보도 스타벅스 앞에 있는 젊은 거지들(2~3명)이 이곳 분위기와는 사뭇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우리보다 훨씬 잘 사는 선진국에 와서 이런 모습을 보니 이건 아니다 싶었다. 웬 거지인가? 아이로니컬 한 장면이다. 개스타운 관광은 잠시 버스에서 내려 사진 몇 장 찍고 주변 거리 모습을 구경하는 정도로 짧게 이루어졌다. 그리고 별다른 감흥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아닌 것 같았다. 단지, 밴쿠버의 역사적 의미가 있는 상징적인 거리라 둘러보는 것 같다. 관광적인 요소가 아니라서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요소가 없어 다소 아쉬웠다.

다시 20분쯤 버스로 이동하여 캐나다 플레이스에 도착했다. 범선 모양의 컨벤션센터로 1986년 밴쿠버 도시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지은 건물이다. 지금은 알래스카로 가는 선착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 건물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건물 모양을 모방해서 지었다고 하는데 건물 안에는 아이맥스 영화관 있으며, 크루즈 선이 정박해 있는 선착장 수심은 50~60m 정도나 된다고 한다. 오히려, 나에게는 캐나다 플레이스보다 외관보다는 선착장에 정박해 있는 커다랗고 날렵하게 길게 뻗은 크루즈 선의 외관이 눈에 들어왔다. 터키 여행 때 이스탄불 항에 정박 있던 크루즈 선은 멀리서 보았었다. 크루즈 선을 가까이서 보는 것은 처음이다. 언젠가 크루즈 여행을 경험할 날이 나에게도 있을까? 하고 잠시 상상해 본다. 아직은 낯설기만 한 크루즈 여행이다. 지금은 그림의 떡(It is a pie in the sky)이지만, 반드시 그 떡을 먹을 날이 오리라 생각한다. (I think someday will surely come to eat korean-cake.)

“Wow!! 정말 크고 멋지다.”

크루즈 선은 볼수록 멋지게 보였다. 외부에서 페인트 작업하는 모습도 눈에 띄고, 발코니에서 휴식을 취하는 관광객도 보인다. 크루즈 선 크기나 층수를 볼 때 초호화 유람선임이 틀림없다. 누가 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짧은 시간에 캐나다 플레이스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인증사진도 담았다. 커피 한 잔 마셔보자는 아내 말에 따라 캐나다 플레이스 1층에 있는 한 패스트푸드 매장에 들어갔다. 밴쿠버에서 캐나다 커피를 마셔본다. 커피는 커피다. 우리 커피와 별 차이가 없지만, 여행이 주는 여유를 즐겨본다.

버스로 10여 분을 이동하여 숲으로 우거진 스탠리 공원에 도착했다. 바다 건너편으로 방금 구경했던 건너편 캐나다 플레이스가 시야에 들어왔다. 회색빛 하늘에서 수상비행기가 착륙하고 있었다. 이색적인 풍경이다. 공원은 밴쿠버 시민의 휴식처다. 130년 전에 만들어진 이 공원은 면적이 130만 평이라고 한다. 그 규모도 놀랍지만, 잘 정리되고 보존된 자연 친화적인 공원의 모습이 더 놀라웠다. 밴쿠버 시민공원으로서 정말 자랑할 만한 휴식 공간이다. 다양한 시민들이 모습이 보였다. 사이클링을 하는 사람, 조깅하는 사람, 산책하는 사람, 잔디밭에서 가족 단위로 휴일을 만끽하는 사람들, 거기에 관광객까지 저마다 여유로운 주말 오후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해변을 끼고 만들어진 포장도로에 고급 승용차들이 줄지어 가고 있다. 관광객을 위한 꽃마차도 보였다. 전혀 경적이 들리지 않는다. 조용하다. 번잡스러운 풍경이 아니다. 전혀 서두르는 다급한 풍경을 찾아볼 수 없다. 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가 다 건널 때까지 기다린다. 다 건너서도 조금 더 기다렸다 차가 지나간다. 이런 시민의식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결코 서두르는 모습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여유로운 생활환경과 그들이 정착시킨 사회 전반에 걸친 뿌리 깊은 시민의식이 있을 것이다. 참으로 부럽게 보이는 캐나다의 문화 수준이다. 

길을 건너 공원 산책로를 걸었다. 숲을 지나 바닷가 산책로 옆에 커다란 고목나무에서 인증사진을 찍은 다음, 다시 버스를 타고 해변도로와 울창한 숲을 지나 잉글리시 베이 스카이라인을 볼 수 있는 VIEW POINT로 이동했다. Lions bridge와 밴쿠버의 베벌리 힐스라 불리는 부촌의 스카이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컨테이너선으로 보이는 큰 선박이 Lions bridge 아래를 지나서 태평양으로 항해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스탠리 공원은 울창한 숲이 원시 그대로다. 자연경관을 살리면서 인위적인 공원 조성은 최소화했다고 한다. 그만큼 자연 친화적인 도시로 만든 곳이 밴쿠버다.

참고로 캐나다는 면적 998만 평방 km로 남한의 100배 크기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나라로 인구는 남한의 70% 정도인 3,500만 명이다. 미국과의 국경은 북위 49도를 접경을 이루고, 전체 13개 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중 북쪽 3개 주는 인구가 합해 5만 명 정도로 자치능력이 없어 연방정부가 통치한다고 한다. 지하자원이 풍부하여 추정 불가한 석유가 매장(주로 앨버타주)되어 있고 산림자원은 캐나다 국민이 무려 100년 동안 먹고살 수 있을 정도라고 하니,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게다가 다이아몬드도 남 아프리카 공화국 다음으로 매장량이 많다고 한다. 그 밖의 다른 지하자원도 어느 정도인지 모를 정도로 많다고 한다. 개발이 안 된 자원이 아직도 무궁무진하다니 요즘 애들 말로 “헐!!”이다. “캐나다”란 말은 토론토 지역의 살던 원주민의 말로 큰 마을(Village)이란 뜻으로 Kanata 부른 것에 근원을 두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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