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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감성 한 잔

하늘이 무심하다고(?)

by 훈 작가 2023. 7. 19.

하늘도 무심하지.

이번 장마 때 극한 폭우로 겨우 몸만 빠져나온 수해 현장 주민의 말입니다. 인터뷰에 응한 주민은 어두운 얼굴로 여기서 60년을 살았지만 이런 물난리는 처음이라며 한숨을 내쉽니다. 화면이 바뀝니다. 쑥대밭이 되어버린 시골 마을이 나옵니다. "농민들 다 죽으라고 하는 것 같네요. 하늘도 정말 무심하지." 폭우가 쏟아진 시골의 한 농부가 걱정을 내려놓지 못하고 한 말입니다.

반대로 비가 너무 오지 않아 땅이 거북등처럼 갈라지고 논밭이 타들어 가는 상황이 벌어져도 농민들은 똑같은 말을 할 겁니다. 내 자식처럼 정성스레 키운 농작물이 죽어가는데 그 심정을 어떻게 헤아리겠습니까. 너무 속상한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독백처럼 무심코 나온 말이 ‘하늘도 무심하지’라는 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하늘만 바라보고 사는 농사일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삶을 살다 보면 억울한 상황에 놓이거나, 때로는 감당하지 못할 큰 사건과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예상되는 상황을 크게 넘어서는 일이 일어나거나 갑작스러운 큰 사고와 마주하게 되면 우리는 깊은 절망과 함께 무력감에 휩싸입니다. 그럴 때마다 살면서 무수히 내뱉는 말이었고, 듣던 소리였습니다. 심지어 이번 장마로 갑작스레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사람들은 더 하늘이 무심하다고 원망하는 말을 할 것 같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하늘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어찌 보면 하늘도 할 말은 있을 겁니다. “내가 무슨 죄가 있다고?” 하고 반문할지도 모릅니다. 하늘에 대한 원성이 높아지다 보면 하늘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이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해야지, 사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지금껏 나한테 어떡했는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어. 무슨 일만 땅에서 벌어지면 내 탓하는데, 지금 벌어지는 일, 다 자업자득이야. 자동차 매연으로 대기오염 시키고, 탄소가스 배출로 지구 온도 올라가고, 여름철에 에어컨 틀어 프레온 가스 때문에 오존층 파괴하고, 이게 다 하늘로 올라와 나도 죽을 지경이야. 왜? 자꾸 나만 탓하는 거야. 양심이 있으면 대답해 봐. 대답해 보라고.”

“….”

“왜? 말을 못 해. 내가 무심하다고, 너희들 착각하지 마. 내가 너희들 편이어야 할 이유가 없어. 나는 지구촌에 모든 생명체의 삶을 존중해. 너희들만 이기적이야. 지금이라도 정신 차렸으면 좋겠어. 지구는 너희들께 아니야. 주인처럼 행세하지 마. 만물의 영장답게 좀 겸손하고, 다른 생명들에게도 배려심을 갖도록 바래.  너희들 말로 기후변화는 인과응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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