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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아포리즘

다람쥐

by 훈 작가 2023. 2. 28.

 
다람쥐는 삼화사를 지나 울창한 숲길을 걸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만났다. 사진을 찍고 나서 미국서부 여행 때 보았던 다람쥐가 생각났다. 샌프란시스코 UCLA 대학캠퍼스에서 카메라에 담은 다람쥐는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먹이를 주면 사람에게 다가왔다. 지나가는 학생들은 아예 다람쥐에게 관심이 없다.
 

이방인인 나에게는 신기했다. 덩치가 우리나라 다람쥐에 비해 유달리 큰 것도 처음에는 눈을 의심했다. 난 그때 다람쥐도 미국산이라서 양키처럼 큰가 하고 생각했다. 녀석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은근히 친근감이 갔다. 귀엽기도 하고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으니 마치 애완동물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 다람쥐는 작기도 하고, 사람을 경계하는 듯 마주치면 도망간다. 녀석을 카메라에 담는 것도 쉽지 않았다. 도무지 제자리에 가만히 있지 않는다.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니 초점을 맞추기가 너무 어렵다. 멀리 있는 모습은 망원렌즈로 당겨야 하는데 표준 줌렌즈인 내 카메라로는 한계가 있다. 실패를 반복하다 겨우 카메라에 담았다. 
 


 미국 다람쥐가 덩치가 큰 것은 유전자 차이라 치자. 하지만 녀석이 우리 다람쥐와 달리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내 생각엔 사람이 자신의 생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경험이 축적되어 도망갈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지 않다면 도망갔을 텐데…. 녀석이 자유로운 이유는 자연에 대한 미국인의 사랑이 남다르기 아닐까 싶다. 

 

 자본주의 종주국인 미국에서 삶을 누리는 그 녀석이 왠지 더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다람쥐를 카메라에 담으려고 녀석의 자유로운 일상을 방해한 것 같아 잠시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런 의도는 없었지만.... 다람쥐에게 내가 불청객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미안해, 다람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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