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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행이다/중국&일본

지우펀 : 아메이찻집(阿妹茶樓)

by 훈 작가 2023. 8. 28.

대만 여행의 백미는 지우펀(九份)이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야경 사진이 너무 환상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홍등과 어우러진 아메이찻집(阿妹茶樓)은 내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문제는 어디서 찍어야 하느냐다. 여행 후기를 살펴보니 바로 건너편 건물인 해열루경관찻집(海悅樓景觀茶坊)이라고 나온다. 다행히 투어 일정상에 저녁 식사를 그곳에서 하기로 되어 있어 문제가 해결되었다.

인터넷에 올라온 지우펀 사진과 지도를 보니 ‘먹자’ 골목 같은 길이 눈길을 끈다. 골목길은 거미줄처럼 이어져 있다. 그중 가로로 구불구불 이어진 지산제(基山街)와 세로로 이어진 계단 길인 수치루(竪崎路)가 대표적인 코스라고 나온다. 실제 지산제 골목에 들어서니 기념품 가게부터 지우펀의 명물인 땅콩 아이스크림 가게, 누가 펑리수 가게 등 수많은 먹거리와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진풍경이 펼쳐졌다.

'지우펀은 지산제로 시작해서 수치루로 끝난다.' 해도 과언은 아니라고 가이드는 말했다. 그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 골목을 따라 돌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했다. 골목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지우펀은 상가들이 발달해 있는데, 수치루는 대표적인 찻집 골목이다. 수치루는 지산제와 함께 대표적인 골목이지만 다른 점은 세로로 뻗은 좁은 계단길이다. 그것도 그냥 계단길이 아니라 경사가 만만치 않은 계단길이다. 

하지만 지우펀(九份)의 진짜 매력은 홍등이다. 해가 지면서 홍등에 불이 들어오면 고즈넉한 낮 분위기와 달리 매력이 배로 아름답다. 한 마디로 밤에 피는 수많은 장미꽃처럼 붉은 화원을 이룬다. 이때부터 몰려드는 여행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많아진다. 한국말이 낯설지 않다. 상인들도 어지간한 한국말은 다 알아들으니 가이드가 말조심하라고 미리 당부한다. 

가이드 설명에 의하면 영화 ‘비정성시(非情城市)’를 통해 지우펀이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이 영화는 1989년 제46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고, ‘세계 100대 영화’ 중 하나로 선정되면서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와 관광명소가 되었다는 것이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지로 알려지면서 유명해졌으며, ‘꽃보다 할배’로 한국에도 알려졌다고 한다.

아메이찻집(阿妹茶樓)은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델이 되었다는 곳이다. 그러나 작가(미야자키 하야오)는 인터뷰를 통해 지우펀을 방문한 적도 없고, 어느 특정 장소의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말했다. 오로지 작가 상상력의 산물이라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작품을 만들기 이전에 아메이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구상했다는 소문 때문에 유명해진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한 시간에 걸친 자유시간 동안 지우펀의 이면의  골목까지 두루두루 누볐다. 이면 골목은 생각보다 고즈넉한 분위기였고 한산했다. 인파가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사실 지우펀은 영화 두 편 때문에 명소가 되었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화에 열광하는 젊은 세대들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을 찾는 사람은 젊은 여행객이 많다. 여행을 즐기는 MZ세대의 새로운 문화가 지우펀을 더 명소로 만든 측면도 있는 듯하다.

어두워진 계단을 걸어 해열루 식당 입구에 도착하니 젊은 여행객이 몰려 있다. 아메이찻집(阿妹茶樓)을 사진에 담으려는 사람들이다. 계단에는 주인이 지키고 있다. 2층 찻집에서 차를 마시러 오는 손님이 아니면 계단으로 올라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좀 더 멋진 사진을 찍으려면 계단 위로 올라와야 하는데 차 마실 돈이 아끼려 그냥 아래에서 찍는 다. 좀 야박한 것 같지만 한편으론 주인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3층 식당에 예약한 자리에 가방을 내려놓고, 요리가 나오기 전 카메라를 들고나가 사진부터 찍었다. 요리가 차례차례 나왔다. 유난히 멸치볶음이 특히, 맛있다. 느긋하게 일행과 담소를 나누며 식사했다. 식사를 마치고 가이드가 한 팀, 한 팀, 사진을 찍어 주었다. 나는 그 옆에서 아메이찻집(阿妹茶樓)을 카메라에 담았다. 발코니 옆 테이블의 두 명의  한국인 아가씨는 한 달 전에 예약했다고 한다. 

예전에 지우펀은 진과스(금광)에서 일하던 광부들이 하루의 노고를 푸는 유흥 지역이었다. 지우펀의 상징인 홍등이 그 옛날 광부들의 애환이 어려있는 그날의 밤을 밝히는 것 같다. 아메이찻집(阿妹茶樓)의 이름은 애당초 영화 <비정성시>의 여주인공이었던 ‘아메이’에서 착안한 것이다. <비정서시>의 영어 타이틀이 <A City of Sadness>다. 우리말로 <슬픔의 도시>다. 영화 제목이 지우펀의 야경과 잘 어울리는 느낌이 든다. 지우펀의 몽환적인 밤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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