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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라떼별곡

고독과 만나는 계절

by 훈 작가 2023. 12. 16.

첫 번째 사진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듭니까? 외로움, 고독, 노인 문제, 은퇴 후 내 모습. 느낌이야 다르겠지만, 긍정적인 느낌이 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게 보입니다. 우리나라도 이미 고령 사회(어쩌면 초고령 사회일지도 모름.)로 접어들었다고 합니다. 중앙일보 보도(12월 14일 자)에 따르면 고립·은둔 청년이 전국 54만 명, 청년 인구의 5%에 달한다는 기사도 실렸습니다. 출산율도 급격히 감소되면서 국가의 미래까지 걱정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라는 이야기까지 들립니다. 

나 홀로 사는 1인 가구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 국내 1인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 중 33.4%(716만 6천 가구)나 된다고 합니다. 북유럽 핀란드는 47%, 스웨덴은 45.4%에 이르고, 독일은 42.1% 일본도 38%나 된다고 합니다. 이런 변화에 맞춰 영국은 2018년 세계 최초로 고독부(Ministry of Loneliness) 장관을 임명했고, 일본도 2021년 고독부 신설해 장관을 임명했다고 합니다. 요즘 우리나라도 강 건너 불 보듯 할 때가 아니라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고독. 이는 인간의 숙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고독(loneliness)을 느끼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인간이 지닌 본능적인 감정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고독은 내가 지금 정상적인 감정 상태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일종의 심리적 경고음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홀로 고립 상태에 놓이게 되면 맹수의 위협으로 부터 자신을 지키기 힘든 힘든 나약한 존재입니다. 아주 오래전 홀로 산행에  나섰다가 길을 잃은 적이 있습니다. 등산로를 찾아 다른 사람을 볼 수 있을 때까지 혼자라는 사실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릅니다. 

아시다시피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우리는 사회공동체 일원으로 소속감을 느낄 때 심리적으로 안정됩니다. 의학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간은 혼자라는 생각이 들면 고독감(외로움)과 함께 면역력이 감소되고, 심혈관 질환의 위험성이 증가하며, 사고력 감퇴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어 이성적인 판단력을 흐리게 되고, 통제력을 떨어뜨려 공격성까지 띠게 만든다고 합니다. 최근에 발생한 일련의  “묻지 마, 살인 사건”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겁니다.


그러나 고독이나 외로움은 혼자 있을 때 크게 느껴지고, 여러 사람과 어울린 상황에서는 없어지는 감정이 아니라고 주장하 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은 많은 사람과 어울려 살아도 내적인 고독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합니다. 이른바 군종 속의 고득입니다. 하지만, 의외로 고독을 즐기며 내면세계를 성숙시키려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독일의 문호 괴테는 ‘고독을 통해서만 영감을 얻는다.’라고 했고, 불교에서는 여름과 겨울에 묵언 수행에 전념하는 하안거, 동안거 등을 통해 고독을 찾아 떠나는 공부를 합니다.

과학과 첨단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개인주의가 일상화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외로움과 고독이 수시로 찾아올 수 있습니다.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갈수록 스마트 폰을 보거나 컴퓨터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습니다. 이보다 친구와 우정을 다지며 고독을 느낄 때, 어떻게 해소하는지 방법도 서로 고민하고 모색해 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것이 행복한 삶을 위해 마음을 성숙시키는 내면의 공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고독을 고통이 아닌 즐거움으로 받아들이며, 멋진 인생을 사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길이 될 수 있습니다. 

12월도 중순에 접어 들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외로움을 느끼기 쉽고, 고독이란 그림자가 내 옆에 불쑥 다가와 속삭이는 시간이 많을 때입니다. 굳이 고독과 외로움을 사전적 의미를 구별해 받아들일 필요 없습니다. 거기서 거깁니다. 스스로 해석하고 받아들이기 나름입니다. 의미는 중요하지도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자신을 그 안에 가두지 말라는 겁니다. 자신을 가둘수록 사람이 싫어지고 멀리하기 때문입니다. 고독의 그림자 속에 숨지 말고 나와야 합니다. 만나서 듣고, 말하고, 외면의 나를 당당하게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나비가 되어 하늘을 날기까지 고독이라는 번데기 과정을 거칩니다. 처음부터 나비가 아닙니다. 알에서 깨어 애벌레가 된 후 천적을 피해 살다가 스스로 번데기 안에 갇혀 고독의 시간을 보냅니다. 고독은 고통이지만, 스스로 깨어야 나비가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우화등선(羽化登仙) 과정을 거쳐 날개를 펼치게 되는 것입니다. 고독이라는 인고의 시간을 이겨내야 하늘을 날 수 있는 겁니다. 마찬가지입니다. 고독을 이처럼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래야 벗어나 날개를 펼칠 수 있습니다. 새해엔 다 같이 꿈을 향해 힘차게 날아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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