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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라떼별곡

빅뱅

by 훈 작가 2023. 11. 25.

뜬금없이 떠오른 단어입니다. 흐드러진 코스모스 꽃밭에서 사진을 담다가 생각난 게 빅뱅이었습니다. 영어로 ‘cosmos’는 우주라는 뜻이 있고, 우주는 빅뱅이라는 대폭발로 100억 년 전에 생겼다고 하니 그런 생각을 한 겁니다. 코스모스꽃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이 꽃들이 우주를 이루는 별이라면, 빅뱅(big-bang)이 아니었으면 태어나지 않았을 것 같은 생각이 순간 들었습니다.

 

사진 기법 중에 줌~밍(zooming) 기법이 있습니다. 줌 렌즈를 살짝 돌리며 셔터를 눌러 사진을 찍는 기법입니다. 연습 삼아 이 기법으로 코스모스 꽃밭을 몇 장을 찍어보았습니다. 어떻게 찍혔을까. 궁금했습니다. 평소에 별로 이렇게 사진을 찍는 일이 없습니다. 찍고 나서, 이미지를 자세히 보니 코스모스꽃들이 마치 대폭발이 일어난 모습처럼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퍼져 나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원래 사진은 정지된 피사체를 있는 그대로 이미지로 담아 표현하는 장르입니다. 그런데 이 사진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진 속의 꽃들이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오는 사진을 보니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빅뱅이라 제목을 붙인 이유는 피사체가 코스모스꽃이고, 우주를 뜻하는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코스모스꽃이 아니었다면 빅뱅이란 말을 생각하지 않았을 겁니다. 사진은 의외의 묘미가 숨어있는 장르인 것 같습니다.

 

‘빅뱅’ 하면 생각나는 아이돌 그룹이 있습니다. 한때 우리나라 대중가요의 판도를 바꾼 아이돌 그룹 이름이 ‘빅뱅’입니다. 그들이 잘 나아갈 땐 그야말로 빅뱅, ‘우주 대폭발’처럼 상상 이상이었고, 우상이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이들을 기억하고 있고, 그리워하는 팬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만큼 그들의 음악적인 재능이 뛰어나 팬들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스타 아이돌 그룹이었습니다.

그런데 씁쓸합니다. 이름값 못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눈살을 찌푸리게 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빅뱅’ 하면 좋았던 과거의 이미지가 아니라, 불미스러운 일이 떠올라 짜증스럽기까지 합니다. 이름을 잘못 지어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폭발적인 인기를 누릴 땐 어울리지만, 물의를 일으켰을 땐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대상이 되었고, 그때마다 팬들의 실망과 분노가 크게 폭발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제목을 붙일 땐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빅뱅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려고 검색창에 ‘빅뱅’을 넣어 찾아보니, 하필이면 그들의 이름이 제일 먼저 화면에 떴습니다. 사실 빅뱅이란 단어는 사람과는 무관합니다. 그럼에도 그들의 이름이 워낙 유명했던지라 인터넷도 어쩔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좋은 이미지로 계속 기억에 남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앞으로 불미스러운 일로 물의를 일으키는 연예인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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