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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라떼별곡

화장

by 훈 작가 2023. 10. 31.

한때 화장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화장을 통해 외모를 돋보이게 하는 것 자체가 솔직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연스러운 외모를 화장하는 것이 일종의 자신감 없는 위선이라 생각했던 겁니다. 속된 말로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는 것은 아닌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던 겁니다. 

이런 이유로 결혼 전까지 남성용 기초화장품(스킨로션, 밀크로션)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면도 후 얼굴에 아무것도 바르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자취생활 할 때도 모든 빨래는 손으로 직접 했습니다. 결혼 직전 아내를 만나고서야 주부습진인 것도 나중에 알았을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막힌 사고방식의 사람이었습니다.

화장하는 이유는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하는 걸 겁니다. 왜 예뻐 보이려고 할까? 콕 집어 설명하긴 어렵습니다만,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하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혹자는 자신의 단점을 감추기 위해서, 또는 자신감을 위해서라는 의견도 있고, 일부이지만, 남성들이 여성의 외모에 집착하기 때문이라고 주장도 있습니다.

화장에 대해 언급하는 이유는 사진 때문입니다. 사진을 처음 배울 때 보정(補正)이란 의미를 몰랐습니다. 사진은 카메라로 찍은 그대로 세상에 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프로 작가의 사진도 보정작업을 통해 작품이 완성된다는 겁니다. 그 말이 포토샵을 뜻하는 줄 알았는데 강사는 그와는 다르다고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보정은 여자의 기초 화장로 생각하면 되고, 포토샵은 얼굴을 몰라볼 정도의 색조 화장이라 이해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강사는 포토샵은 전문적으로 배워야 할 수 있지만, 간단한 보정작업은 컴퓨터 자체에 프로그램이 깔려 있어 그걸 활용하라, 팁을 알려 주었습니다. 프로 작가들도 RAW 파일로 찍은 사진을 그렇게 조금씩은 손질한다는 겁니다.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고민했던 게 해결되었습니다. 원본 그대로 올려야만 될 것 같은 부담을 덜게 된 것입니다. 안 맞는 수평은 맞춰 바로 잡고, 노출이 부족하면 좀 밝게 하고, 색도 따뜻한 느낌, 차가운 느낌을 조절하며 마치 기초화장 하듯 완성도를 높여가니 원본보다 훨씬 나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여성들이 화장을 통해 잘 보이게 하려는 것처럼, 블로그에 올리는 사진도 지금은 보정해 올리고 있습니다. 예전과 달리 세면 후 밀크로션을 바르고, 면도하면 스킨로션도 바르는 것처럼 생각이 달라진 겁니다. 화장에 대해 곱지 않았던 시선이 바뀐 계기나, 사진 보정에 대해 달라진 것 모두 별것 아닌데 틀을 깨 는 변화까지 오래걸렸습니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습니다. 어떤 계기가 있어야만 변하는 것 같습니다. 블로그를 시작한 지 8개월 지나고 있습니다. 블로그를 하면서 다양한 정보를 만나고, 나와 다른 사른 사람을 통해 또 어떻게 변화고, 적응해야 할지 노력하고 있습니다.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말이 갈수록 실감 나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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