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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라떼별곡

친구

by 훈 작가 2023. 11. 16.

오래전, “친구”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장동건, 유호성이 주연해 흥행에 성공했던 영화입니다. 죽마고우인 그들은 80년대 초 사춘기인 고등학교 시절을 거치며, 의리와 우정으로 다져진 친구들의 관계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는 친구와 그렇지 못하고 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친구로 상황이 급변합니다. 친구이지만 그때부터 친구로서 걸어야 하는 우정의 흔들림이 영화의 발단입니다. 결국 우정은 배신으로 변하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습니다.
 
친구(親舊)를 한자로 풀어보면 친할 친(親), 옛 구(舊) 자입니다. 오래전부터 친하게 지내온 사람 관계를 뜻하는 말입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Out of sight, out of mind)는 말이 있습니다. 친구 사이라도 서로가 만나지 않고 대화가 없는 상태가 오래도록 이어진다면 마음에서 멀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마음은 항상 친구라 생각해도 그 마음을 이어주고 서로가 공유하는 시간이 없으면 친구란 단어는 사전 속에 머무릅니다.

어떤 형식으로든 관계를 지속시킬 수 있는 노력과 연결의 끈이 있어야 마음에서 멀어지지 않습니다. 그런 바탕에 Give and make가 있어야 합니다. 우정이란 Take and give로 만들어지기가 어렵습니다. 아니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만들어야 하는 거죠. 세상이 변하다 보니 요즘은 먼저 받고 주려는 생각이 예전보다 많은 듯합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으로 참다운 친구를 사귀기 힘들 겁니다.
 
돌이켜 보니 우정을 유지하는데 사회생활이 가로 막았습니다. 예전처럼 자주 만날 수 없고 나름대로 자기 기반을 다지느라 열심히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내 마음은 그렇지 않은 데 잠시 소홀해지는 게 친구입니다. 그러다 무관심하게 됩니다. 이런 상태를 유지하면서 옛날과 같은 우정을 기대한다면 그것은 이기적 욕심입니다. 이를 생각하지 않고 어느 날 갑자기 애경사를 알리고, 안 오면 섭섭해하는 게 사람 심리입니다.

친구가 소중한 건, 다 압니다. 그러나 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친구라는 관계(Relation)를 유지하려는 행동과 노력입니다. 관계는 소통과 교류가 이루어져야 유지됩니다.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말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겁니다. 아무래도 멀리 떨어져 있어 교류가 없다 보면 마음에서 멀어지기 마련입니다. 사람의 관계란 서로가 물리적으로 떨어져 생활할지라도 소통의 끈을 놓아서는 그 관계가 유지되기 쉽지 않습니다.
 
<Friend>에서 가장 중요한 철자가 바로 ‘r’이라고 합니다. ‘r’이 빼면 <Fiend> 되는데, 이는 ‘악령’이란 뜻이 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r’은 Relation을 뜻한다고 합니다. 관계가 유지되지 않으면 친구가 악령이 되는 겁니다. 따라서 친구가 악령이 되지 않도록 부단한 애정과 관심을 기울여 관계가 지속되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Friend>라는 단어는 다음과 같은 뜻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서 옮겨 봅니다.

Free : 서로가 격의 없이 자유로우며, Relation(또는 Remember) : 언제나 지속적인 관계에 있고(또는 기억을 공유하며), Idea : 항상 서로를 생각할 수 있고, Enjoy : 같이 있으면 항상 즐거우며, Need : 필요할 때 곁에 있어 주고, Depend : 어렵고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할 수 있는 사람이 친구라는 겁니다. 우연히 카메라에 잡힌 사진 속의 두 주인공을 보면서 친구라는 단어를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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