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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행이다/호주&뉴질랜드

여왕의 도시 퀸스타운

by 훈 작가 2023. 12. 19.
퀸스타운 공항

아침 8시에 오클랜드 공항에 도착해 탑승수속을 준비했다. 퀸스타운까지 에어뉴질랜드 항공편 10시 15분 비행기로 이동한다. 운항 시간은 1시간 50분이다. 공항 내에 전시된 현대차 제너시스 승용차가 시선을 끌었다. 반가웠다. 인상적인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게이트로 이동해 비행기를 탔다. 기체가 서서히 이륙 준비를 위해 움직인다. 잠시 활주로에 대기했다. 이륙 지시를 받고 엔진을 가속하면서 질주하더니 하늘로 박차고 올라간다. 이 순간이 긴장된다. 하늘로 치솟는 느낌이 일정 높이까지 느껴졌다. 긴장이 풀리면서 졸음이 쏟아졌다. 

퀸스타운 공항에서 본 리마커블 산

비행기 트랩을 내려서 걸었다. 시원한 바람과 파란 하늘이 청정 뉴질랜드의 상징 같다. 커다란 산줄기 하나가 시야에 들어왔다. 높이 2,370m의 리마커블 산이다. 공항을 나와 작은 투어버스를 타고 중심가로 이동했다. 거리는 한가하고 조용했다. 정오를 막 넘긴 시간이었다. 일요일 치고는 너무나 한산하다고 느껴졌다. 그러나 모퉁이를 돌아서자마자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와카티푸 호수


갑자기 그럴듯한 호수의 풍경이 눈에 펼쳐진 것이다. 주인공은 와카티푸 호수다. 그녀가 예고 없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풍경에 한순간에 홀딱 반했다. 가이드 설명에 의하면 와카티푸 호수는 뉴질랜드에서 3번째로 큰 호수라고 한다. 호수는 길이가 84km, 최대수심이 400m에 이른다고 하니 어마어마하다. 빙하호로는 뉴질랜드 남섬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라고 한다. 보기만 해도 물빛이 너무 맑고 아름답다. 부럽다. 이런 호수가 왜 우리에겐 없을까.

와카티푸 호수 옆 레스토랑


호숫가를 끼고 크고 작은 카페와 상점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노천카페에서 점심을 먹는 여행객들이 보였고,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잔디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늘에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인간새도 보였다. 우리는 건물 2층에 있는 한식당에 들어가 청국장을 먹었다. 이국에서 먹는 한식은 고향의 맛과 어머니의 사랑이 묻어나는 것처럼 맛이 있었다. 

한식당에서 본 와카티푸 호수


놀라운 것은 2층 식당 임대료가 월 800만 원, 1층은 1,500만 원이란다. 퀸스타운의 물가가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살아도 될 만큼 아름답다고 해서 ‘퀸스타운’이란다. 인구는 불과 15,000명이지만, 하루 관광객이 30,000명이나 되며, 골프장을 비롯하여 액티브한 스포츠, 모험 투어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여행객을 유혹하는 휴양도시다. 호수 주변에 그림 같은 멋진 집들이 호수를 내려다보고 있어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집집마다 잘 정리된 정원, 길옆 화단에 피어있는 예쁜 꽃들을 보니 퀸스타운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이 어떤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AJ Hackett&Bungy Bridge


세계 최초의 번지점프 장소인 AJ Hackett Bungy Bridge에 도착했다. 협곡 사이로 하늘색 물감을 뿌려놓은 것 같은 카와라우강이 흐른다. 그 위에 번지점프 다리가 있다. 뛰어내리는 시간은 불과 3초, 비용은 NZD 달러로 180불이다. 이곳에서 번지점프의 스릴과 쾌감을 즐기려면 30~40분 정도는 기다려야 하는데, 일행 중에 엄마와 함께 온 두딸 중에 중3인 여학생이 도전에 나섰다. 보기만 해도 다리가 떨리는데 실로 강심장이다. 줄 하나에 의지해 뛰어내리는 짜릿한 모험을 난 무서워서 그만 포기하고 말았다. 

카와라우강


세계 최초라는 번지 점프장을 구경하고, 다시 와카티푸 호숫가 선착장에 도착했다. 제트보트 투어(1인당 90불)를 위해서다. 시속 70 Km, 43 Km의 거리를 30분 정도로 질주한다고 한다. 제트보트 모터 소리가 울리며 서서히 호수 가운데로 들어갔다. 서서히 속도를 올리는가 싶더니 보트의 앞쪽이 위로 들렸다. 바람은 거세지고 머릿결은 사방으로 날렸다. 물결을 가르며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곡선을 그리며 질주했다. 속도가 주는 스릴감이 인간의 쾌감을 자극했다.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제트보트 투어


호수를 빠져나온 제트보트는 카와라우강 하류로 내려갔다. 잔잔한 수면을 마치 얼음 위를 미끄러지듯 곡예를 부리며 내달리다가 잠시 속도를 늦춘다. 물속을 들여다본다. 정말 맑고 투명하다. 햇빛을 받아 강바닥 모래까지 속살처럼 보였다. 자연 그대로다. 어쩜 수정같이 맑고 이슬처럼 깨끗할까! 무공해 자연은 그대로가 아름답다. 꾸민 것도 아니고 있는 그대로가 진정한 아름다움이다. 뉴질랜드는 바로 그런 곳이었다. 

제트보트에서 찍은 리마커블 산


와카티푸 호수를 향해 엄지손가락처럼 튀어나온 언덕에 Queenstown Garden이 있다. 수목원인지, 식물원인지, 공원인지 울창한 나무들이 컴퓨터 바탕화면을 채운 느낌이다. 1867년 이곳 46,700평에 뉴질랜드 고유의 토종 식물과 외국의 다양한 식물을 심어 공원을 만들었다. 가장 눈에 띄는 큰 나무가 더글러스 전나무로 식물원을 둘러싸는 보호 숲의 역할을 한다. 

Queenstown Garden


산책로 주변에 조성된 꽃과 연못, 잔디밭이 마치 낙원처럼 조성되어 있다. 햇살이 따가운 일요일 오후, 공원은 사람의 마음을 클래식 음악으로 차분하게 다스리듯 품에 안는다. 사색과 힐링의 공간이다. 산책은 삶의 여정을 되돌아보게 했다. 호수의 물빛과 건너편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눈에 들어온다. 걷다보니 산책로 옆에 있는 벤치에 두 여인이 앉아 있다. 호수를 바라보는 풍경이 너무 잘 어울렸다. 

와카티푸 호수


요트 위에 비키니 차림의 두 아가씨가 엎드려 있다. 그 오른쪽으로 범선 모양의 배가 있고, 2인용 카약이 선착장 쪽으로 물살을 가르며 간다. 호숫가 모래사장에 여름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늘을 만들어 주는 나무가 중간중간 서 있고, 그 뒤로 잔디밭과 나무가 정원처럼 조성되어 있다. 많은 사람이 휴일 오후를 보내고 있다. 잔디밭에서 벌거벗고 일광욕을 즐기는 커플, 가족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 낮잠 자는 사람, 비키니 차림으로 책을 보는 사람 등 그 모습이 다양하다. 

와카티푸 호수 모래사장


5시 45분까지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우리 가족은 아이스크림 가게(Patagonia)로 갔다. 2 SCOOPE 짜리, CORN 2개(12불)를 카드로 계산하고 밖으로 나와 벤치에 앉았다. CORN 위에 엎어진 크림 색깔이 예쁘다. 달콤한 맛이 혀를 덮어 버린다. 여행에서 맛보는 아이스크림 맛은 행복 그 자체다. 그때 어디선가 음악이 들렸다. 라이브 음악이 호숫가로 날아간다. 정식 공연은 아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듣는다. 노래가 끝나자, 여기 저기서 박수를 보냈다. 퀸스타운에서 볼 수 있는 낭만과 여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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