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hoto 에세이/감성 한 잔

별이 눈이 되어 온 이유

by 훈 작가 2023. 12. 24.

밤하늘에서 별 하나가 내려왔습니다. 어쩌다 먼 우주에서 지구별에 왔을까. 그것도 혼자서. 길을 잃은 것일까. 아니면 먼 여행길에 내비게이션이 고장 나 길을 잘못 들어 선 걸까. 매서운 추위, 칠흑 같은 밤, 외롭고 무서웠을 텐데, 별은 강심장을 갖고 태어났나 봅니다. 아마 길을 잃었다면 엄마나 아빠, 아니면 친구들이 지구별을 찾아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별이 이 밤에 홀로 온 것은  무슨 사연이 있어 보입니다.

별이 내려온 곳으로 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습니다. 사방을 살펴봐도 별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디로 갔을까. 사람들이 몰려드는 게 무서워서 숨은 걸까. 그래서 멀리 도망간 걸까. 궁금합니다. 왜냐하면 별을 흠모하는 인간들이 몰려와 서로 차지하려고 싸울지도 모르니까요. 탐욕에 눈이 먼 세상은 늘 별이 갖고 싶어 하는 자들끼리 서로 사생결단 하듯 다투는 것을 마다 하지 않는 아수라장 같은 곳이나 다름없기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터넷에서 내려 받은 사진임


발길을 돌렸습니다. 별을 만날 수 있는 행운이 내게도 있을까 했는데 아쉬웠습니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지만, 살을 에는 매서운 추위에 아무런 탈 없이 보내다 고향으로 돌아갔으면 합니다. 녀석이 행여 흑심을 품은 인간에게 붙잡혀 수모를 당하지 않아야 할 텐데, 한편으론 걱정이 됩니다. 성탄절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아마 그때까지 별 일이 없으면 하늘로 다시 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싶습니다. 
 
요즘 지구별은 살벌합니다. 인간의 적은 인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구별 서쪽 마을에서 벌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도 그렇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과의 전쟁이 그렇습니다. 가까운 이웃에서 벌어지는 전세 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뿐 아닙니다. 환경파괴로 벌어지는 기후변화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 순간에도 이런저런 테러와 폭력이 난무하는 지구별은 편안한 날이 없습니다. 왜 인간들은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모릅니다. 말로는 사랑과 평화를 말하면서. 

인터넷에서 내려 받은 사진임


그나저나 이곳에 왜 별이 왔을까요. 지구별이 어떤지 알고 싶어 왔을지 모르죠. 아름다운 푸른 별에 호기심을 느낀 나머지 엄마 몰래 집을 나와 먼 우주여행에 나서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호기심 많은 사춘기 별이라면 더욱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누구나 한때 방황할 때가 있고, 홀연 여행을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가슴이 뜨거울 땐 무모해 보이는 도전도 서슴지 않을 때가 있으니까요.
 
밤하늘을 보았습니다. 그 많던 별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모두 어디로 간 걸까요. 반짝이며 소곤거리고 있어야 할 수많은 별이 사라졌습니다. 도대체 하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난밤까지만 해도 초롱초롱 빛나던 별들의 고향에 아무런 일이 없었던 것 같았는데. 추운 계절이라 이불을 뒤집어쓰고 일찍 잠이 든 걸 까요. 어쨌든 낌새가 이상합니다. 하늘이 평소와 많이 달라 보입니다. 


호수처럼 잔잔하던 하늘가에 갑자기 일기 시작한 바람이 엄청 세게 불기 시작했습니다. 대지로 휘몰아치는 바람 소리가 요란합니다. 칭기즈칸이 대륙을 호령하던 말발굽 소리가 들리듯 광풍이 불어닥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제갈공명이 신출 기묘한 병법을 펼 것처럼 하늘이 꿈틀거립니다. 아니나 다를까, 저 멀리 하늘 처마 끝에서 천만 대군으로 보이는 별들이 몰려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수많은 별이 백마를 타고 쏟아져 내려오는 게 보입니다. 그 기세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까만 하늘에 회색 구름이 밀려오고, 은하수 건너 별들의 마을에서 모인 병사들이 지구촌을 덮치듯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잃어버린 꼬마 별을 찾으러 나선 모양입니다. 녀석이 별 왕국의 왕자별이라도 되는 모양입니다. 녀석에게 무슨 일이 있을까, 걱정되어 백만 대군 같은 군사 별을 동원했는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큰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넷에서 내려 받은 사진임


그러나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눈은 별이고, 별은 사랑입니다. 사랑은 따뜻한 심장에서 자라나는 생명입니다. 은하 왕국에 보잘것없는 별 하나가 없어졌을 뿐인데 별 부대가 지구촌을 찾아온 듯합니다. 하지만 세상에 보잘것없는 별은 하나도 없습니다. 모두가 소중한 별입니다. 다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로 생명을 부여받았습니다. 우리는 왜 별이 눈이 되었었는지, 숨은 사연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눈은 겨울에만 옵니다. 이유가 무얼까요. 메마른 대지, 모든 생명체는 갈증을 느낍니다. 사랑의 메마름 때문입니다. 사랑만 받아 온 별은 평소에는 내려오지 않습니다. 사랑이 충만한 계절에는 지구별에 내려올 이유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겨울은 다릅니다.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 누군가는 보듬어 주어야 하고, 따뜻하게 안아주어야 합니다. 별은 신의 뜻을 받들어  그들에게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 주기 위해 눈이 되어 오는 겁니다. 사랑은 줄 때 비로소 빛나는 별이 됩니다.

'Photo 에세이 > 감성 한 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야곱의 사다리  (118) 2023.12.30
스산한 풍경  (154) 2023.12.28
수채화(水彩畵) 같은 사진  (121) 2023.12.12
외로움과 이별하기  (100) 2023.12.10
가을을 타나 보다  (97) 2023.12.0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