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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감성 한 잔

야곱의 사다리

by 훈 작가 2023. 12. 30.

사실, 단순한 빛 내림 사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탄절에 찍은 사진이라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충남 당진 신리 성지에 들러 잠시 사진 몇 장을 찍고 주차장으로 가던 중이었습니다. 때마침 들녘으로 내려오는 빛줄기가 눈에 띄었습니다.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눌렀습니다. 

경험상 빛 내림 사진은 생각만큼 잘 나오지 않습니다. 블로그에 올리려면 보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걸 알면서도 찍었습니다. 더군다나 올해 크리스마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이기에 반가웠습니다. 간간이 눈발도 날렸는데 함박눈까지는 아니었습니다. 황량하게 보이는 벌판에 하얀 눈이라도 내렸으니 제법 겨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사진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그냥 지나치기 쉬운 풍경입니다. 단순한 날씨 변화가 만든 현상입니다. 구름 속에 갇힌 태양의 빛이 틈새를 비집고 대지로 내려오는 현상입니다. 다만, 그 빛이 환한 태양의 빛과 달리 확연하게 달라 보이니, 보는 이에 따라 아름답게 보이는 겁니다. 별 것 아니지만 사진을 좋아하는 관점에서는 놓치기 싫은 풍경입니다.

빛 내림 현상을 기독교에서는 ‘야곱의 사다리’라고도 합니다. 그 모습이 마치 신이 내려오는 신비로운 모습으로 해석하는 것 같습니다. 야곱이 하느님을 보게 된 과정을 상징적으로 비유해 ‘야곱의 사다리’라고 여기는 모양입니다. 야곱의 사다리는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공간, 하느님과 사람을 통하게 하는 과정이라고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쨌든 기독교를 믿는 신도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는 빛입니다. 그 빛은 두려움을 내쫓고, 우리에게 영원한 평화와 기쁨을 준다고 믿습니다. 빛은 언제나 세상을 밝혀 줍니다. 모두에게 빛입니다. 빛은 어둠 속에서 구원의 빛이 되어 주기도 합니다. 동시에 누구에게나 희망의 빛이 되어 주기도 합니다.

사진 속의 빛줄기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사다리’라면, 오늘 밤이라도 예수할아버지가 내려와 어렵고 가난한 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베풀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폭력이 하루빨리 멈추도록 해 주시고, 부디 기독교를 믿는 이들에게만 사랑을 베풀지 않았으면 합니다. 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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