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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라떼별곡

한 해를 보내면서

by 훈 작가 2023. 12. 31.

8년 전, 사회생활의 종착역에서 내렸습니다. 명예퇴직으로 얻은 무한자유. 그러나 갈 데도 없고, 오라는 곳도 없었습니다. 준비 없이 내린 종착역, 그리고  보내야 할 긴 여정, 그렇다고 날마다 탑골공원 같은 곳에 나갈 수도 없고, 얼떨결에 장롱에 속에 잠자던 카메라를 깨워 친구가 되었습니다. 처음엔 시간 죽이느라 사진을 시작했습니다. 나중에는 백수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 사진을 즐겼습니다. 그러다 취미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렇게  사진을 즐기다 보니 글도 쓰게 되었습니다. 출사현장에서 느낀 것을 쓰기 시작한 겁니다. 출발점은 일출 사진이었습니다. 해를 기다리며 고독과 데이트하는 시간이 너무 좋았습니다. 나 홀로 여명의 빛 속에 있었던 시간, 삶이 소중하고, 하루하루 아름답지 않은 날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 해가 뜨는 것을 보면서 남은 인생이라도 멋지게 살아야겠다는 생각했습니다. 누군가 그랬습니다. 인생의 끝머리에서 마주하는 단어가 후회라고. 덜 후회하도록 사는 수밖에 없습니다.

아날로그 시대를 살아 온 인생,  컴퓨터를 배운 적이 없습니다. 지금도 키오스크나 은행 ATM기 앞에 서면 익숙하지 않습니다. 해외여행 나갈 때, 인천공항에 설치된 셀프 체크인기 앞에서  발권하려면 요즘 말로 버벅거립니다. 어깨 너머로 배운 아래 한글 이 전부였으니까요. 올해 초, 블로그를 해 볼까 하는 생각에 평생학습원 수강을 신청했습니다. 그것도 경쟁이라고, 떨어졌습니다. 망설이다가 우여곡절 끝에 더듬거리며 시작한 블로그, 10개월이 되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나름대로 정성을 다해 사진도 올리고 글도 쓰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보잘것 없는 제 블로그를 방문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갑진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하시는 일 모두 만사형통하시길 바랍니다.  부족하지만 앞으로도 좋은 글 열심히 쓰고, 멋진 사진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따뜻한 응원에 거듭 감사드리며, 2024년에도 날마다 여러 분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12월 31일 아침에

                                                                                                                                                          훈 작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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