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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라떼별곡

나만의 BTS

by 훈 작가 2024. 1. 18.

왜 BTS에 열광하는지 몰랐습니다. 속으로 공감 능력이 부족해서일까, 아니면 세대 차이일까, 생각했습니다. 예전에는 트로트가 전부였습니다. 어느 날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했을 때 무슨 노래가 이렇지, 하고 의문부호를 찍었던 나였습니다. 모든 게 어떤 틀을 깨고 세상에 나올 때 ‘파격’이란 수식어가 붙으면 새로운 장르가 낯설게 느껴집니다. 새로운 스타의 탄생은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아이돌이란 말이 생소했습니다. 시대변화에 둔감한 탓인지 모릅니다. 아날로그 시대 문화가 주류였던 세상이 바뀐 걸 너무 늦게 깨달았기 때문일 겁니다. 이 때문에 발라드, 록, 힙합, 랩 R&B, EDM 등은 물론 아이돌 가수의 등장이 눈에 거슬렸습니다. 문화가 급격히 변한 걸 무시하고, 외면한 것은 변화를 싫어하는 아날로그 사고에 갇혀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스스로 되돌아보았습니다.


난생처음 아내 따라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모 방송국 오디션 프로그램 결승전 마지막 무대에서 자진 하차한 가수의 콘서트입니다. 그는 학폭 문제에 휘말려 제작진과 협의 끝에 마지막 경연 무대를 앞두고 내려왔습니다. 줄곧 프로그램을 지켜봤던 한 사람으로서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그의 우승이 유력했고, 6억 가까운 큰 우승상금까지 포기해야 했으니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습니까. 

그의 학폭 논란 여부를 거론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의 천부적인 재능을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은 아쉬움이 너무 컸습니다. 노래 잘하는 가수는 차고 넘칩니다. 하지만 요즘 말로 그는 급이 달랐습니다. 단언컨대 그의 목소리는 역대급이었습니다. 그의 노래는 듣는 순간, 이건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다,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한마디로 사람의 감성을 울리는 힘이 있습니다.


사설이 너무 길었습니다. 주인공은 황영웅입니다. 콘서트장에 들어서니 대부분이 어머니 팬이었습니다. 낯선 콘서트장 분위기에 왠지 모르게 조금 긴장되고 어색했습니다. 무대 위 조명이 꺼지고 짧은 시간 적막감이 흘렀습니다. 음악과 함께 어둠 속에서 그가 천천히 무대로 걸어 나오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첫 소절이 스피커를 통해 나오자마자 환호성이 터졌습니다. 나도 모르게 흥분을 감추기 어려웠습니다. 같이 환호성을 질렀죠.

무대 위로 한 줄기 조명이 비추면서 가수 황영웅이 눈에 들어왔다. 한 소절 한 소절 가슴을 파고드는 그의 목소리는 그 자체가 힐~링이었습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아 혼났습니다. 이런 감동은 내 생애 처음입니다. 마음을 촉촉하게 적시며 들려오는 그의 노래는 감동의 3분 드라마나 다름없었습니다. 아! 노래 한 곡이 이렇게 사람의 폐부를 찌를 수 있는 걸까. 콘서트의 감동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습니다. 


콘서트가 이어지는 3시간 내내 감동의 전율이 가슴팍을 파고들었습니다. 아니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격한 감동 때문에 터질 것 같은 눈물을 참느라 힘들었다. 남자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차라리 감정에 솔직했어야 했는데 남의 시선을 너무 의식했습니다. 그깟 노래 때문에 눈물이라니, 남자라서 허용할 수 없는 자존심이 내 안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겁니다. 어쩌면 쓸데없는 가면을 쓰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BTS에 열광하는 지금의 MZ세대, 그들도 그들 나름의 감동이 있을 겁니다. MZ세대도 BTS의 노래가 힐~링이 되고, 공감하는 영역이 있기에 ‘Army’라는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BTS의 폭넓은 선한 영향력은 젊은 세대들에게 긍정적인 삶의 에너지가 되고 있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미 BTS는 K-Pop의 명실상부한 레전드가 된 지 오래되었으니까요. 


노래 잘하는 가수는 많습니다. 그러나 영혼까지 울리고, 치유해 주는 가수는 여태껏 보지 못했습니다. K-Pop 영역은 아니지만, Trot 영역에서 BTS 같은 가수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 주인공이 황영웅이길 바랍니다. 나는 그가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천재적인 가수라고 생각합니다. 황영웅 가수를 나만의 BTS로 생각하기로 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가 BTS 반열에 오르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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