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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감성 한 잔

넌, 누구니?

by 훈 작가 2024. 1. 26.

예쁜 아기가 웃는 얼굴을 연상케 합니다. 그래서 찍은 사진입니다. 사실 장독대 위에 엎어놓은 시루입니다. 그 위에 간밤에 내린 눈이 쌓였습니다. 그런데 문득 시루를 유심히 보고 있노라니 어릴 적 아들이 환하게 웃는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지나치면 아무것도 아닌데 사진을 취미로 하다 보니 별것 아닌 것도 시선이 끌립니다.

 

SD카드를 컴퓨터에 꽂고 다시 한번 보았습니다. 바로 그 순간 떠오른 문장이 “넌 누구니?”였습니다. 주인공은 겨울에 내리는 함박눈(snow)입니다. 그 이상 설명할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볼수록 사람이 웃는 얼굴처럼 보입니다. 달리 보면 공상과학영화 ET에 나왔던 외계인 얼굴 같기도 합니다.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았음.

 

"넌 누구니?"라고 질문받았을 때, 우리는 어떻게 대답할까요. 먼저 이름을 말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름에는 나에 대한 정체성이 담겨 있으니까요. ‘나’를 대표하는 정체성은 바로 ‘얼굴’ 일 것입니다. 이름이 나를 증명하는 신분이자 영혼일 거고요. 그리고 얼굴은 이름을 증명하는 신분이자, 나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될 것입니다.

 

사진은 장독대에 쌓인 눈은 그냥 겨울에 내리는 눈에 불과합니다. 녀석의 이름은 눈 (snow)입니다. 그럼, 눈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우리가 보기엔 별반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아마 눈이 사람을 볼 때도 그럴지 모릅니다. 하지만, 다릅니다. 비슷하게 닮은 얼굴은 있을지 몰라도 똑같은 사람 얼굴은 없습니다. 설령 쌍둥이라도 어딘가는 분명 다릅니다.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았음.

 

눈 (snow)도 이름이 있습니다. 함박눈도 있고, 싸락눈도 있습니다. 여기에 진눈깨비와 가루눈까지 있으니 4개 정도 되나 봅니다. 그 이상은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눈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결정체는 현재까지 밝혀진 것 만도 6,000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여기에 아직도 밝혀내지 못한 눈의 결정체가 더 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합니다.

 

그럼, 진짜 ‘눈(snow)’의 실제 모습이 어떨까요. 궁금해서 검색창에 눈의 결정체를 입력하고 찾아보니 놀랍게도 별의 모습을 닮았습니다. 너무 신기했습니다. 아니 신기하다 못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와 별을 모양의 닮은 걸까, 생각했습니다. 아! 눈이 이렇게 아름답다니. 짧은 순간 황홀했습니다. 이래서 우리가 눈을 좋아하나 봅니다.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았음.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별을 흠모(欽慕)해 왔습니다. 별에 대한 인간의 사랑은 애틋할 정도였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하늘이 그것을 알고 별의 영혼을 담아 눈을 내려보내는지 모릅니다. 어쨌든 눈과 별이 닮은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평소 관심이 별로 없었을 겁니다. 어찌 보면 생존경쟁이 치열하고 먹고살기 바쁜 세상이니 관심 밖의 일 일지도 모릅니다.
 
눈 (snow) 이 왜 별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는 걸까. 아마 그것은 우리가 별의 영혼을 갖고 이 세상에 왔다가 다시 하늘로 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왜냐하면 누구나 죽으면 천국(天國)에 가길 바라니까요. 결국 육체는 땅으로 돌아가고, 영혼은 하늘로 올라가 다시 별이 되고 싶은 마음이 우리 가슴에 있기 때문이라 여겨집니다.

 
사진 속의 주인공에게 “넌 누구니?” 하고 물을 때, 녀석은 “난 별이었어.”하고 말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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