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hoto 에세이/라떼별곡

사랑을 속삭이는 계절

by 훈 작가 2024. 3. 16.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합니다. 사랑도 그럴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어딘지 모르게 사랑은 진부한 단어라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랑은 추상적인 개념이고, 현실에서는 부딪쳐야 하는 주관적인 상황입니다. 따라서 사랑이란 말을 일반화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사랑이 뭔지 한 번쯤 생각해 봤을 것 같습니다. 별로 경험이 없는 나도 예외는 아닙니다. 어쨌든 봄은 봄인가 봅니다.
 
인간에게 사랑은 가장 진부하고 뜨거운 말일 겁니다. 너무 가까이, 너무 멀리해서는 안 된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을 겁니다. 누구든 한 번쯤 사랑에 빠지고, 사랑에 울고, 사랑에 웃습니다. 일반적으로 이성에 눈뜨는 순간 본능적인 갈증을 느낍니다. 그 갈증을 풀 수 있는 묘약은 오직 사랑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과 사랑을 이어주는 연인이란 단어를 만들어 국어사전에 넣었습니다.
 
사랑(Love)은 행복한 삶(Life)을 꿈꾸게 합니다.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이 함께 살고자 하는(Live) 꿈을 이루어 줍니다. 그러기에 연인은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을 맡기는(Leave) 관계를 바탕으로 신뢰를 만들려고 서로 뜨겁게 노력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열정(Infatuation)으로 로맨틱한 사랑(Romantic love)의 성(城)을 쌓아갑니다. 그다음 그 안에서 백마 탄 기사가 되어 청혼(Propose)을 통해 선택을 기다립니다. 
 
마지막 관문은 결혼입니다. 연인이란 말은 거기까지 존재합니다. 밀고 당기는 문을 통과하면 부부로 탈바꿈합니다. 그 순간부터 새로운 출발선에 서게 됩니다. 로맨틱한 환상이 리얼리티 한 현실로 변하게 됩니다. 그런데 왜 결혼을 “사랑의 무덤”이라고 할까요. 과연 결혼이 사랑의 종점일까요? 생각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무덤은 죽음의 공간입니다. 숨 쉬지 않는 시간은 삶의 존재 없는 공간입니다. 절대 이런 말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다만, 용광로처럼 뜨겁던 사랑이 식어갈 수 있습니다. 연인의 감정이 지나면 로맨틱한 감정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결혼이 새로운 사랑의 새로운 출발인데, 그걸 종점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로맨틱한 감정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새로운 삶의 풍랑과 폭풍을 넘기 위해 서로 지혜를 모아 인생이란 항해를 해야 합니다. 그걸 간과하게 되면 함께 해 온 지난 사랑의 여정이 물거품 됩니다.  
 
연인은 사랑이 잠시 머물렀던 징검다리입니다. 결혼이란 배는 길고 긴 항해를 위해 바다로 떠났습니다. 사랑의 오작교 같았던 다리는 추억의 사진첩에 묻어야 합니다. 연인이란 단어는 사랑을 주제로 한 멜로드라마로 끝나야 합니다. 드라마가 사랑과 전쟁 같은 법정 드라마로 바뀌어 그 주인공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란 노랫말처럼 아모르파티는 거기까지입니다. 선택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릅니다.
 
봄은 사랑이 움트는 계절입니다. 연인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사랑할 때가 가장 아름다운 시절입니다. 그래서 봄은 아름다운 계절이다.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행복입니다. 그러나 사랑은 열병이나 다름없습니다. 사랑에 빠져 울든, 웃든 이별이란 부작용이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합니다. 뜨거움은 항상 조심해서 다루어야 합니다. 잘 알다시피 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까요. 상처가 덧나면 오래갑니다.
 
사진 속의 주인공은 연인으로 보입니다. 사랑이 지향하는 방향은 같은 곳을, 같이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길을 같이 걷자고 약속하고 하는 것입니다. 바다를 바라보는 두 주인공은 그런 사랑의 속삭임을 나누고 있을 것 같습니다. 벚꽃 길 데이트에 두 청춘남녀도 무언가를 속삭이고 있습니다. 사랑의 밀어에 달콤한 초콜릿 향기가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봄은 사랑의 속삭이기 딱 좋은 계절입니다.
 
 

'Photo 에세이 > 라떼별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꽃이 노란 이유  (148) 2024.03.22
말(馬)과 말(言)  (126) 2024.03.18
봄바람, 겨울바람 그리고 치맛바람  (168) 2024.02.29
연날리기  (168) 2024.02.27
저녁이 있는 삶의 풍경  (196) 2024.02.2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