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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라떼별곡

봄바람, 겨울바람 그리고 치맛바람

by 훈 작가 2024. 2. 29.

봄바람은 꽃바람입니다. 봄의 태양과 꽃의 향기를 싣고 우리에게 옵니다. 봄바람의 따사로움은 대지에 사랑을 피어나게 합니다. 그 바람이 얼굴에 스치면 미소를 띠게 합니다. 젊은 아낙네들의 가슴에 파고들면 풋풋한 첫사랑의 꽃향기를 이야기로 만듭니다. 이렇듯 봄바람은 우리 모두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훈훈하게 합니다. 

그런데 겨울바람은 다릅니다. 마치 콩쥐 팥쥐에 나오는 팥쥐 엄마의 심술을 닮아서 그런지 살을 에는 듯 차갑습니다. 이 땅에 모든 걸 꽁꽁 얼어붙게 만듭니다. 생존을 어렵게 하다 보니 마음도 여유롭지 못합니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겨울바람이 삭막하고 쓸쓸하게 만들어 삭풍(朔風)이라고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같은 바람이라도 너무 다릅니다. 


바람은 누가 주인이 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봄이 주인이 되면 봄바람이 되고 겨울이 주인이 되면 겨울바람이 됩니다. 바람은 늘 우리 곁에 있어 왔습니다. 곁에만 있어 온 게 아닙니다. 때론 바람이 우리 마음속에 들어와 정신을 못 차리게 합니다. 마음을 들뜨게 만들고 사랑의 불씨를 만든 경우가 우리 주변에 종종 있습니다. 

대게는 부정적입니다. 다른 여자나 남자에게 정신이 팔려 정신을 못 차리는 상황을 빗대어 우리는 바람났다고 말합니다. 그런 상황이 부적절한 관계로 발전하게 되면 외도의 의미로 바람피우다 표현을 씁니다. ‘바람’이란 말이 바람직하게 쓰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입니다. 여기서 바람의 주인은 말할 것도 없이 사람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람직하지 못한 바람이 치맛바람입니다. 지금도 이 바람은 멈출지 모르고 불고 있습니다. 이젠 바람이라는 표현보다 광풍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광풍이니 미친바람입니다. 조금 순화된 말로 하면 극성스러운 사교육 열풍 정도로 표현하면 적절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바람의 진원지는 초등학교에서 시작된 ‘자모회’입니다. 처음엔 엄마들의 치맛바람이 순수한 동기에서 출발했을 겁니다. 그런데 치열한 입시경쟁에서 내 아이를 좀 더 좋은 대학에 보내려고 학교를 드나들며, 교사를 초대하고 식사를 접대하는 등 변질되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는 학교운영위원회로 이어져 치맛바람 더 거세졌습니다.


우리 사회의 치맛바람은 좋게 보면 엄마들의 교육 열정입니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일탈(치맛바람)은 수그러들지 않았습니다. 현재 진행형입니다. 최근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은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사교육 광풍의 정점에 있는 게 의과대학입니다. 현재 의사 증원과 맞물린 일련의 사태를 보며 씁쓸한 대목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바람은 누가 주인이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비가 주인이면 비바람이고, 꽃이 주인이면 꽃바람이고, 눈이 주인이면 눈바람입니다. 하지만, 달리 부를 때도 있습니다. 비 내는 날 바람이 세차게 불어 빗방울이 날리면 비보라, 바람에 흐드러지게 부는 날 꽃잎이 많이 날리면 꽃보라, 눈 내리는 날 거센 바람이 불면 눈보라입니다.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았음.


내일이면 춘삼월입니다. 곧 들녘에 봄바람이 불 겁니다. 사진의 관점에서 바람을 표현하긴 힘듭니다. 피사체인 바람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바람의 주인을 만나면 가능합니다. 겨울에 바람을 사진에 담으려면 눈이 내리고 바람이 불어야 합니다. 그 바람이 거세게 불면 눈보라를 사진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봄을 빨리 만나고 싶습니다. 꽃보라 사진을 카메라에 담고 싶기 때문입니다. 꽃바람은 멋진 사진이 될 수 있습니다. 언제 어떤 장소에서 어떻게 찍느냐가 문제입니다. 올봄에는 꼭 그럴듯한 꽃보라 사진을 꼭 찍어 보고 싶습니다. 그보다 대한민국 사회의 불고 있는 사교육 광풍(치맛바람)이 더 이상 불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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