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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라떼별곡

빨간 장미와 가시

by 훈 작가 2024. 4. 1.

눈길이 갑니다. 꽃과 마주친 순간 시선이 이끌린 겁니다. 빨간 장미꽃입니다. 꽃이 먼저 나를 본 것인지, 내가 먼저 꽃을 본 것인지 모릅니다. 하지만 내가 먼저 추파(秋波)를 보낸 건 아닙니다. 시선이 이끌린 것을 보면 꽃이 먼저 손짓을 보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 않다면 애초부터 장미는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는 본능을 갖고 태어났을 겁니다. 어쨌든 빨간 장미꽃은 사람의 눈길을 잡아당기는 힘이 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장미꽃은 사랑을 상징해 왔습니다. 어떤 이는 에덴동산에 피어있는 흰 장미꽃에 이브가 입을 맞추었을 때 빨간 장미꽃 생겼다고 합니다. 고대 로마신화에 따르면 사랑의 신(神)인 큐피드의 피가 흰 장미에 뿌려져서 생긴 것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우리는 사랑하는 여자에게 빨간 장미꽃을 건네주며 사랑의 마음을 고백해 왔습니다. 

빨간 장미꽃은 사랑의 상징입니다. 이브의 입맞춤이 사랑이었고, 큐피드의 피가 사랑이었습니다. 이브의 입술과 큐피드의 피는 빨갛습니다. 피는 심장에서 나오고 그 뜨거움과 열정은 마음입니다. 감정은 늘 마음을 움직이게 합니다. 그 움직임에 따라 감정의 색이 나타납니다. 오래전부터 빨간 장미꽃이 사랑의 감정을 상징해 온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이때부터 빨간색은 사랑의 상징이 되었을 겁니다. 

따라서, 빨간색은 사람의 감정을 나타냅니다. 그게 사랑입니다. 사랑은 마음에서 나오는 감정입니다. 마음은 가슴 안에 있습니다. 영어로 ‘heart’는 심장이고 마음입니다. 반면, 화가 나면 피가 솟구쳐 얼굴이 빨개집니다. 분노의 감정입니다. 부끄럽거나 창피스러운 상황에서도 얼굴이 빨개집니다. 수치심의 표현입니다. 생각해 보면 빨간색은 심장(마음)에서 피와 관계가 있습니다. 하나같이 출발점이 ‘마음(heart)’입니다.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았음.

이브의 후예들은 빨간 장미꽃을 좋아합니다. 사랑받고 싶어 하는 존재입니다. 장미꽃처럼 아름다워지고 싶은 마음을 숨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장미꽃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환호하며 다가갑니다. 빨간 입술로 꽃잎에 살짝 입 맞추며 장미꽃 향기에 빠져 누군가가 아담처럼 나타나 자신을 이브로 만들어 주길 바라는 마음이 늘 가슴속에 있습니다. 그래서 에덴동산의 꿈을 버리지 못합니다. 

장미의 유혹은 아담의 마음을 흔듭니다. 사랑을 얻고 싶은 겁니다. 그런데 그 사랑은 심장(마음)을 용광로처럼 끓게 합니다. 때론 뜨거운 감정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이성을 잃게 합니다. 장미의 아름다움에 취해 그 잎에 숨어 있는 가시를 보지 못하는 겁니다. 어떻게든 사랑을 얻으려고 장미에 손들 댑니다. 사랑이란 감정은 일방통행이 아닌데 이기적인 감정에 빠지면 자칫 가시에 찔립니다.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았음.

피가 납니다. 아픔을 느낍니다. 소유하려고 함부로 꺾으면 상처가 생깁니다. 섣불리 꽃에 손을 대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장미꽃의 가시는 곧 경고의 메시지입니다. 사랑을 조심스럽게 다루라는 뜻입니다. 자칫 눈먼 사랑에 빠지게 되면,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마음에 깊은 상처만 납깁니다. 열정을 뜨거운 사랑으로 착각한 나머지 화상을 입게 되어 이별이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합니다. 불같은 사랑의 종말은 경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사랑은 좋아하는 마음에서 싹이 틉니다. 그러다 사랑으로 변합니다. 그걸 이어주는 게 장미꽃입니다. 봄은 사랑이 움트고 싹이 트기 시작하는 계절입니다. 꽃가게에 진열된 장미꽃이 날 부르지도 않았는데 날 봅니다. 누군가의 사랑을 기다리고 있나 봅니다. 그냥 지나치기에 아쉬워 스마트 폰에 담아 봅니다. 이 봄이 다 가기 전에 누군가가 주인공이 되어 꽃처럼 예쁜 사랑을 이어주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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