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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감성 한 잔

나는 봄입니다

by 훈 작가 2024. 4. 2.

나는 봄입니다. 자연이 만든 계절이란 무대의 막이 오르면, 나는 여러분과 마주합니다. 그럴 때마다 떨리기도 하고 설레기도 합니다. 하지만, 막상 막이 오르고  나면  모두가 환한 얼굴로 나를 반겨줍니다. 낯선 만남인데 나를 많이 기다렸나 봅니다. 어떤 이는 저를 여러 번 만났는지 스스럼없이 다가와 안아주기도 합니다. 사실, 나도 그게 싫지는 않습니다. 
 
나는 모든 이의 마음을 잘 모릅니다. 어렴풋이 다른 생명체처럼 똑같이 사랑받고 싶어 하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마도 그것은 자연의 본성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살아있는 생명체는 사랑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몸부림의 본성을 지니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러나 나에겐 그런 내재적 본성이 없습니다. 다만, 따뜻한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을 품에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누구에게도 소유되지 않는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다가가며 때가 되면 떠납니다. 보이지 않는 나를 언제나 변함없이 사랑해 주는 이들이 그저 고맙고 감사할 뿐입니다. 사랑받는 존재로 무대에 오른 만큼 나도 가진 걸 모두 세상에 베풀고 갈 겁니다. 태초에 내가 신에게 부여받은 존재의 이유입니다.
 

나를 기다리고 반기는 이들에게 생명체로써 삶의 기쁨을 누리도록 하라는 신의 명령을 받았기에 나는 그 임무에 충실할 겁니다. 내가 지닌 사랑의 감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행복의 꽃을 피우며 모든 생명체들이 아름답게 인연을 맺고 살아갔으면 합니다. 그것이 내가 존재하는 삶의 보람이요, 기쁨이자, 행복입니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이 내게 붙여 준 상징어가 "희망"입니다. 어떤 이는 내 이름을 붙여 노래도 선물해 주고, 또 어떤 곳에서는 축제를 벌이기도 합니다. 그들이 함께 모여  희망과 꿈을 노래하며 나와 함께 해 줄 때, 내가 오길 정말 잘했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다만, 이런 만남은 짧아 아쉽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그게 내 삶인걸.
 
인간이 생각하는 사랑이 이기적일 때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주는 것보다 받는 걸 더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사랑대신  자신의 욕망만 추구하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며, 자신들의 반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미워합니다. 자신들이 이기적인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의 탓만 하고 아등바등 싸우는 모습을 볼 때면 나는 그게 보기 싫어 빨리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힘들어 웃음을 잃은 이들이 아우성인데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많은 사람이 나를 만나 희망을 갖고 미래에 대한 꿈을 이야기하며 열심히 살자고 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오길 정말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이곳에 올 때마다 더 오래 머무르다 싶은데, 내가 숨 쉬고 싶은 공간이 없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여러분을 계속 응원할 겁니다. 내게 붙여준 "희망"이란 상징어를  여러분에게 돌려줄 겁니다. 그리고 힘내시라 기도할 겁니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희망"과 "꿈"을 가슴에 품고 힘내셨으면 합니다. 그것이 여러분의 삶을 더 풍요롭고 행복하게 해 줄 것입니다. 다만, 4월이 잔인한 달이라고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듣기 거북합니다.
 
사실, 아시겠지만, 4월이 잔인한 달인 이유는 내 탓이 아닙니다. 과거에 매몰되어 우울해할 필요 없습니다. 슬펐던 기억을 교훈 삼아 다시 희망으로 일어나야 합니다. 그게 중요합니다. 내가 "희망의 상징"인 이유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문 밖에 내가 와 있습니다. 당신 곁에 내가 있습니다.  나는 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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