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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감성 한 잔

봄이 슬픈 '봄까치꽃'

by 훈 작가 2024. 4. 5.

딱 마주치면 앙증스러워 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그 순간 이게 무슨 꽃이지? 하면서 자세히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앉아 더 가까이 가서 보게 되는 꽃입니다. 주인공은 봄까치꽃입니다. 하지만, 실제 이 꽃의 이름을 입에 올리면 웃음이 납니다. 어른들은 민망한 표정을 짓지만, 아이들은 ‘빵’ 터집니다. 모두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게 되니까요. ‘개불알풀’로 알려진 꽃이기 때문입니다. 
  
꽃 이름을 몰랐던 나도 처음엔 무슨 꽃 이름이 이렇지 의아했습니다. 성 관련 비속어가 귀를 의심케 했기 때문입니다. 이 꽃이 열매를 맺으면 모양이 개의 고환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어 이름을 우리말로 바꾸다 보니 그렇게 불렀다고 합니다. 실제 열매 모양을 보면 이해가 되고도 남을 겁니다. (아래 사진 참조) 모르면 웃음이 절로 날 리 만무할 뿐입니다.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았음.


그런데 내용을 알고 보면 웃을 일이 아닙니다. 유감스럽게도 멸종위기 식물입니다. 꽃 이름이 좀 듣기 그래서인지 몰라도 다른 이름도 있습니다. 아마 생소하게 들리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이름이 큰지금이거든요. 이름이 어렵습니다. 한문으로 풀이하면 이해가 될 겁니다. 땅 지(地), 비단 금(錦). 땅 비단이란 뜻입니다. 무리 지어 꽃이 피면 마치 땅에 비단을 깔아놓은 듯한 느낌을 주어 지은 이름이랍니다.

녀석들이 눈에 띈 이유는 색 때문이었습니다. 짙은 파랑이 신비롭게 보였습니다. 봄에 피는 꽃은 대개 노랗고, 잎이 나중에 핍니다. 그런데 이 녀석은 아닙니다. 게다가 코발트 빛이 뭔가 사연이 있는 것처럼 애잔하게 보였습니다. 그리 크지도 않은 녀석이 청초하면서도 예쁘긴 한데, 이름 때문에 웃음마저 안겨주니 어딘지 모르게 이 봄이 슬픔이 느껴지고, 사연이 있을 것 같습니다.

모든 식물은 서식지의 환경에 따라 꽃 빛깔에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파란색 계통을 띠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 합니다. 꿀벌이 파란색 계열을 좋아하다 보니 서식지가 열악할수록 이 색을 띠어 꿀벌을 유인한다는 겁니다. 여기에 기후 변화와 토양오염으로 질소와 인 함량이 높아져 푸른색 계통 풀꽃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는 겁니다. 말하긴 그렇지만, 원인제공은 인간입니다. 

알고 보면, 봄까치꽃은 사연이 이렇게 많은 꽃입니다. 다른 꽃들은 봄이 왔다고 마냥 들떠있습니다. 봄나들이 나온 사람들과 데이트하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반겨주는 이들이 많으니 봄다운 봄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녀석들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볕이 좋은 땅바닥에 붙어 기어 다니듯 피니 사람들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꽃이 크거나 밝다면 그나마 눈에 잘 보일 텐데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꽃인데 푸대접받는 것 같아 안쓰럽습니다. 녀석에겐 봄이 슬플 것 같습니다. 나태주 님의 시 ‘풀꽃’이 생각납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녀석들에게 이 시를 들려주고 발길을 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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