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hoto 에세이/감성 한 잔

사랑의 랑데뷰

by 훈 작가 2024. 4. 8.

외롭습니다. 왜 나는 혼자일까. 날 아무도 사랑해 주지 않아서일까. 사랑을 나 혼자 마음속으로만 키워서일까. 그래서 외로울 수밖에 없는 걸까. 이 봄, 외로움을 피하려 할수록 자꾸 쓸쓸해집니다. 잊으려고 음악을 들어도 왠지 우울하고 슬픔에 젖어드는 느낌을 지울수 없습니다. 봄은 왜 이렇게 외로움에 젖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건 알 수 없는 이유로 외로움이 봄과 함께 내 마음에 스며듭니다. 어쩌면 봄을 타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외로움이 뭔지, 나만 그런 건지, 누구나 느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단지, 이렇게 살아있으니까 자연스러운 게 아닐까, 그게 정답이라 생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홀로 핀 꽃은 외롭게 보입니다. 그러나 외로움은 보이지 않습니다. 사랑을 찾아 헤매고 있는 외로움, 봄은 외로움이 싹트고, 사랑은 거기서 싹이 트기 시작합니다. 꽃이 피는 이유도 외로움 뒤에 숨은 사랑 때문입니다. 그 외로움이 사랑을 부릅니다. 그래서 외로움과 외로움이 만나 사랑을 만들고, 그 사랑이 꽃을 찾게 합니다. 그래서 봄은 사랑의 계절입니다.
 
꽃은 향기로 외로움을 노래합니다. 향기는 꽃의 마음입니다. 향기는 아무나 갖고 있지 않습니다. 외로움을 지닌 꽃만이 갖고 있습니다. 이는 사랑의 그리움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을 때 나옵니다. 향기는 외로움에 담긴 그리움의 마음입니다. 봄은 향기를 담아 사랑의 향연을 노래합니다. 그 향연에 초대된 누군가가 그대가 되어 나를 찾아옵니다.

사랑의 무대에 초대된 주인공. 약속 시간에 맞추어 만났습니다. 무대는 옛날 옛적에 사랑을 나누던 물레방앗간도 아닙니다. 춘향과 이 도령이 만나던 광한루도 아닙니다. 한적한 꽃대궐, 그대와 나만의 비밀스런 장소입니다. 사랑의 밀어는 이처럼 은밀한 곳에서 나누어야 합니다. 드러내놓고 하는 사랑은 우리 정서에 맞지 않습니다. 숨겨야 할 사연이 있어서가 절대 아닙니다.
 
봄날, 꽃과 벌이 밀회를 즐깁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이렇게 비밀스럽게 만나야 할 이유는 딱히 없습니다. 그러나 사랑은 은밀하게 만나서 밀회를 즐겨야 달콤합니다. 의도하지 않은 스릴도 있습니다. 누군가 알게 되면 왠지 부끄럽습니다. 떳떳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사랑이란 둘만의 비밀스러움이 있어야 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단둘이 살짝 쿵 만나는 밀회, 연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즐기는 데이트는 설렘과 행복이 있습니다. 설렘 속에 숨어 있는 내마음은 사랑입니다. 그 마음을 아직은 드러내고 싶지 않습니다. 내 마음속 외로움이 모두 지워질 때까지. 이런 이유로 은밀해야 하고 단둘이서만 속삭이듯 달콤하게 즐겨야 합니다.
 
이제 외로움을 버려야 할 때가 되었나 봅니다. 봄은 왈츠 리듬을 타고 봄바람에 휘날립니다. 외로움을 떨치게 하는 이 계절은 사랑의 계절입니다. 그대와 춤을 출 시간입니다. 그대여! 내 손을 잡아주었으면 합니다. 어서요. 부끄럽지만, 용기 내어 그대와 춤추고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랑을 아름답게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대와 내가 함께.

'Photo 에세이 > 감성 한 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멍 때리기  (148) 2024.04.22
봄이 미워진다.  (127) 2024.04.15
벚꽃엔딩  (94) 2024.04.06
봄이 슬픈 '봄까치꽃'  (113) 2024.04.05
나는 봄입니다  (115) 2024.04.0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