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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라떼별곡

튤립의 미학

by 훈 작가 2024. 4. 10.

벚꽃이 꽃눈이 되어 휘날립니다. 벚꽃엔딩이 아쉬운 찰나에 튤립이 피었습니다. 튤립의 아름다움은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튤립은 스스로 예쁘다, 곱다, 아름답다,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어떻습니까? 유별납니다. 아름답게 보이려고 안달입니다. 사람의 본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름다움을 정의하고, 그걸 추구하며, 남다른 노력을 기울입니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렇게 보입니다. 속은 어떨지 모르지만.

꽃은 아름다움의 상징입니다. 아름다움을 좇는 것도 인간의 본성입니다. 우리가 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름다움 때문입니다. 혹독한 겨울을 견디고 봄을 기다린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겁니다. 이처럼 꽃의 아름다움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꽃처럼 아름답게 살고 싶은 욕망을 감출 수 없기 때문입니다. 꽃을 사랑하고, 꽃을 닮고 싶어 하며, 꽃길만 걷고 싶어 하는 인생여정을 꿈꾸는 게 속세의 삶입니다.

튤립은 아름답습니다. 색이 예쁘고, 향기도 좋습니다. 흠잡을 만한 게 없습니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그렇게 보여 지금껏 아름답다고 생각했습니다. 꽃의 속성으로 접근하면 아름다움은 여기까지입니다. 진짜 아름답다고 단언하려면 뭔가 부연 설명이 있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자신이 없었습니다. 튤립의 속을 보지 않았으니까요. 지금까진 튤립의 겉모습만 보고 아름답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카메라 렌즈로 최대한 당겨보았습니다. 신비로움이 가득한 튤립의 속살이 드러났습니다. 왜 지금까지 겉만 보았을까. 속은 안 보고. 황홀함까지 느끼게 할 정도로 색다른 아름다움이 안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아름답단 생각 이외 다른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 만큼 내 마음을 붙들고 놓아 주지 않았습니다. 대신 내 마음에 따뜻한 온기가 돌게 하면서 영혼이 환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람을 꽃에 비유하면 얼굴은 꽃이나 다름없습니다. 신체 부위 중 얼굴만큼 아름다운 곳은 없습니다. 하지만, 못마땅하게 여기는 이들이 많습니다. 유독 얼굴 부위를 가꾸고 신경을 많이 씁니다. 화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마음에 안 들면 성형도 불사합니다. 오로지 겉만 신경 씁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외모 콤플렉스에 빠져 못 견뎌하는 심리가 작용한 탓입니다. 사회적 분위기가 외모지상주의에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탓할 일만은 아닌듯싶습니다. 하지만, 그게 진짜 아름다움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이 뭔지 딱히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튤립이 아름다운 건 사실입니다. 꽃이 무슨 색이고, 어떻게 피어지는가 중요한 건 아닙니다. 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보는 이로 하여금 삶의 위로가 되어 주고, 힐-링을 느끼게 하며, 아름다운 마음을 갖게 하기 때문입니다. 단지, 겉으로 화려해서 아름다운 게 아니라는 겁니다.

튤립이 우리의 얼굴보다 더 아름다울까요. 아니라면 튤립이 아름답다고 부러워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다만, 튤립의 아름다움이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어떻게 보든지 아름답다는 겁니다. 그게 겉(外)이든 속(內)이든. 그냥 사람들에게 예쁘게 보이려고 겉만 번지르르하게 화장하거나 신경 쓴 게 아니라는 겁니다. 어찌 보면, 외면의 아름다움보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더 가꾸려고 했는지 모릅니다. 

아름다운 얼굴이 보기 좋을지 몰라도 부담스럽게 느낄 때가 있습니다. 꾸밈의 얼굴은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화장한 얼굴이나 성형한 얼굴이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그보다 본래의 자연스러운 얼굴이 사랑스럽고, 인자하게 보일 때 더 아름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상대방에게 언제나 편하게 보이거나 다정다감하게 느끼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튤립의 미학이 내면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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